‘쉬쉬’ 옛말…대담해진 中 짝퉁업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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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쉬쉬’ 옛말…대담해진 中 짝퉁업체 어떡하나 상표브로커 수억 요구 허다…베낀 제품 버젓이 팔기도

기사입력2015-10-15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예전엔 몰래 했다면 요즘엔 대놓고 합니다. 해외 전시회에 나가보면 중국 생산업체들이 명함을 돌려 가며 주문만 하면 어떤 물건이든 똑같이 만들어준다며 영업을 합니다. 우리 기업들, 위기의식 가져야 합니다”

서울지식재산센터 박진기 변리사는 중국 업체들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태가 ‘창조적’이며 ‘감탄이 나올 정도’라는 표현을 썼다. 14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과 중소기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관련 포럼 자리에서다.

박 변리사는 “중국 상표브로커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지재권 침해 사례가 훨씬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 변리사가 언급한 우리 기업들의 지재권 피해 사례를 소개한다.

◇상표브로커, 현금 9000만원 일시불 요구=한국기업들이 가장 빈번하게 당하는 건 상표권침해다. 중국 상표 브로커들은 한국에 새 브랜드가 출시되는 즉시 중국에 똑같은 상표를 출원해 선점한다. 중국은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 상표브로커들의 행태는 정형화돼 있습니다. 일단 한국 업체가 상표권을 구매하겠다고 하면 3000~4000만원에 팔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점점 시간을 끌면서 6000~7000만원으로 가격을 올립니다. 계약이 성사될 쯤이면 불가능한 제안을 해 옵니다”

처음에 3000만원이라고 했던 브로커가 나중에는 9000만원을 요구한다는 게 박 변리사의 얘기다. 위안화를 현금으로 줘야 한다는 단서도 붙는다.

“중국에 지사가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그 금액을 한번에 건네는 건 외환관리법 위반입니다. 상표를 찾으려다 법 위반으로 쇠고랑을 차는 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상표 브로커들도 그게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박진기 서울지식재산센터장(변리사)이 14일 중소기업 지식재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박 변리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상표권을 출원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200만원이다. 국내의 A 화장품회사는 중국 브로커에 상표를 빼앗겨 2억원을 주고 되찾기도 했다. 상표권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가 100배가 넘는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베낀 제품 사진 올리고 버젓이 팔기도=온라인상에 있는 한국기업의 시제품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가 다른 쇼핑몰에서 판매한 중국기업도 있었다.

차(tea) 용품을 만드는 B 업체는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시제품을 공개하고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이 회사는 출시하지도 않은 제품이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서 예약판매 중인 것을 발견했다. B사가 킥스타터에 올려놓은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었다.

“중국에는 사진만 보고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장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카피제품을 만들어준다며 해외 전시회에서 명함을 돌리는 업체들도 허다합니다. B사 같은 소기업이나 청년창업가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죠”

상표와 디자인 등록을 해놓고 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시제품 단계에서 디자인 등록을 하는데, 양산 과정에서 애초의 디자인과는 차이가 발생한다. 중국 업체들은 도면이 아닌 양산품을 보고 베낀다. 그러니 원래 업체에서 소송을 걸어도 디자인 등록이 된 도면과 중국 모조품이 미묘하게 달라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조금만 바꿔도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기업들도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라는 게 박 변리사의 설명이다. 그는 “디자인을 살짝 바꿔도 카피제품이 특정 디자인으로부터 유래한 게 확실하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속설만 믿고 권리 행사를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