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 인터넷은행…이젠 ‘착한’ 소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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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상업은행 인터넷은행…이젠 ‘착한’ 소셜뱅크 정부주도 사회적 금융기관 대안으로 부상…수익도 동시추구

기사입력2015-12-23 00: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회적금융네트워크 이종수 대표(사진)는 민간이 중심이 되는 소셜뱅크 설립을 제안했다.

기존 사회적 금융기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중심의 소셜뱅크(Social bank)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최근 열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회적 금융 심포지엄’에서 사회적금융네트워크 이종수 대표는 “기존의 사회적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재원확보가 어렵고 수혜자도 한정돼 있어 이를 확대하기 위해 민간이 중심이 되는 소셜뱅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기존의 사회적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정부주도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사회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운데다,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고 정책변화도 잦아 추가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운영방식과 의사결정에 있어서 유연성이 부족해 대출조건과 절차가 까다롭고, 대출대상을 파산면책자나 현재 연체 중인 사람을 제외한 7등급 이하의 신용등급자로 제한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대상자 위주로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재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는 마이크로크레딧과 같은 제도는 존재하지만, 사회적기업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기금이나 공익목적의 사회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은 존재하지 않아 수혜자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소셜뱅크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회적 금융 심포지엄’ 자료집>

소셜뱅크는 사회적 금융을 실현하는 방안 중 하나다. 과거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중시하던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도덕적 기준에 따라 투자와 대출을 결정하고, 지속가능한 투자를 추구한다. 소셜뱅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 주요 은행들보다 탁월한 재무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또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사회적 금융기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가치지향적 은행사업을 위한 세계연합’(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 이하 GABV)과 씨티뱅크 혹은 뱅크오브차이나와 같은 대형 영리금융기관의 성과를 비교한 결과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 모든 지표에서 GABV가 우수했다. 또 유럽의 소셜뱅크들은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오히려 연평균 20~30%의 성장을 보이는 등 상업은행보다 더 안정적으로 발전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는 사회적은행의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금융기관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바꿔말해 소셜뱅크가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면서 투자를 통한 지속 가능한 복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셜뱅크는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고 이윤의 극대화가 아닌 ‘적정 이윤’을 추구하는 등 사회문제 개선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과 다르다. 또 금융을 통한 고객들과의 소통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대출 심사에서도 인간적인 신뢰를 중시한다. 이와 함께 어떤 곳은 구성원과 예금자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 투자자가 많은 금액을 투자했더라도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소셜뱅크를 좌지우지 할 수 없으며, 현장을 아는 민간이 주체가 돼 운영을 하기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이 존재한다. 소셜뱅크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영업을 하지만, 은행으로서의 전문성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한국형 소셜뱅크를 설립하는데 기존 은행의 법적규제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기존 금융기관과는 다른 목적과 철학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착한은행 소셜뱅크 1>네덜란드 ‘트리오도스 은행’

사회적 은행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GABV 멤버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을 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유기농, 주택공급, 소액금융, 예술기획, 공정무역 등 ‘윤리적 사업’에 집중 투자해 전 세계 43개국에서 74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2012년 자산규모는 80억유로(약 11조6000억원)로 설립 당시인 1980년의 54만유로(약 8억원)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착한은행 소셜뱅크 2>이탈리아 ‘윤리은행’

1999년 설립된 이탈리아의 윤리은행(Banca Etica)은 우리나라의 새마을 금고와 같은 전문 신용기관으로 윤리적 저축문화의 조성을 통해 새로운 금융관행을 개척하고자 설립됐다. 2012년말 기준으로 이탈리아 전역에 16개의 지점을 보유, 전체 조합원은 3만7000여명으로 시민이 대거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은행 거래시 예금자는 자신이 원하는 투자분야를 직접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금이자율 역시 스스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출심사시 대출자와 은행과의 인간적인 신뢰를 가장 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