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영계 대변하는 정부, 중립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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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또’ 경영계 대변하는 정부, 중립 지켜야 최저임금 협상 시작되자 ‘최저임금 무용론’ 편 고용노동부

기사입력2016-04-13 14:37

정부의 경영계 편들기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현대차, 현대중공업이 노사갈등을 빚을 때는 노조를 꾸짖는 논평을 내더니 이번에는 노사간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최저임금 무용론’을 폈다. 자료 해석 측면에서나, 시기 면에서나 적절치 않다.

지난 10일 고용노동부가 낸 ‘OECD 국제비교의 시사점’ 보도자료를 보자. 고용노동부는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이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임에도 임금·소득격차 완화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이상의 임금수준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상위 10%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가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는 한국 최저임금 수준이 OECD 34개 회원국 중 26위로 하위권이라는 사실은 외면했다”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만 22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 역할을 했다면 소득격차 완화 효과는 나타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7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개시된 상황에서 이런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중립성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옳은 얘기다. 고용노동부는 OECD의 하고많은 노동 통계 중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와 노동개혁을 주장하는데 썼다. OECD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노동 관련 통계를 보자. 한국의 평균임금은 2013년 기준 연간 3만6698달러로 OECD 평균인 4만4837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게 나타난 건 절대적인 임금 수준이 높은 게 아니라, 비교 대상인 과거에 지나치게 낮았음을 의미한다.

노조 입김이 세다는 점도 국제 기준에 비춰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의 노조가입률은 9.9%로 OECD 31개국 중 26위다. OECD 평균인 29.1%에 한참 못 미친다. 그밖의 지표들도 깜깜하다. 남녀간 임금격차는 36.3%로 OECD 국가 중 1위, 저임금 근로자 비중(전체 임금근로자 중 임금 중위값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23.9%로 2위,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21.7%로 5위다.

통계대로라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끌어올리며,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줄이는 정책을 펴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영계 입장만 대변하는 자료를 가져와 노동계를 짓누르고 있다. “아름다운 상생의 노사, 우리의 일터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주요 업무의 첫 번째 문장이다. 고용노동부는 경영계 대변인 노릇은 그만 두고 중립을 지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