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에게 소송? 있어도 못 써먹는 징벌적 손배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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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甲에게 소송? 있어도 못 써먹는 징벌적 손배청구 하도급법 위반 손해액 3배 청구…보복 우려·손해액 입증 어려워 주저

기사입력2016-07-18 00:00

중소기업에 ‘갑질’을 한 대기업에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해상운송 소기업은 원사업자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징벌적 손배청구 소송을 냈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기된 징벌적 손배소송은 이 사건이 전부다.

하도급법 위반에 징벌적 손배청구를 허용한 것은 2011년 6월이다. 제도가 도입된 후 5년간 제기된 소송이 단 한건이라는 얘기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들이 이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보복 우려다. 원사업자와의 거래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수급사업자는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신고를 꺼린다. 신고 사실이 드러날 경우 원사업자로부터 거래중지 등 보복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박제현 제도하도급개선과장에 따르면,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의 위법 사실을 알고도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입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공정위에서도 익명제보센터를 운영 중이다. 익명으로는 신고할 수 있지만, 징벌적 손배청구는 민사소송이다. ‘을’의 입장인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 소송을 건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원사업자가 신고했다는 이유로 수급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행정조치를 내리고 있기는 하다. 실제로 2010년 원사업자인 고성조선해양은 그해 9월 수급사업자가 공정위에 신고하자 10월에 하도급계약을 끊었다. 이 사실을 적발한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징벌적 손배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아직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지 않아서라는 입장도 있다. 박제현 하도급제도개선과장은 15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징벌적 손배청구 제도는 2011년 하도급법 중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 처음 도입했고 2013년 11월 이후부터는 부당한 단가 인하, 위탁 취소, 반품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있다. 범위를 확대한지 3년도 안 돼 소송 사례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수급사업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점도 소송에서의 어려움이다. 법원은 고의 또는 손해발생 우려를 인식한 정도, 수급사업자의 피해와 원사업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위반행위에 따른 공정위 벌금 및 과징금, 원사업자의 재산상태 및 피해구제 노력 정도를 놓고 배상액을 결정한다. 위반행위와 피해사실 간의 인과관계 입증 의무는 피해자인 수급사업자에 있다. 원사업자는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면책된다.

징벌적 손배소송이 벌어지고 있진 않지만 예방효과는 충분하다는 것이 공정위 생각이다. 공정위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민관합동 특별전담팀이 566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징벌적 손배청구가 도입된 후 불공정행위가 개선됐다고 응답한 기업이 많았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배청구 범위를 넓힌 2013년과 2014년 응답을 비교한 결과다. 2013년에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감액을 경험한 업체가 10.1%였으나 이듬해에는 7.8%로 줄었고, 부당한 위탁취소(3.7→2.8%), 부당반품(2.1→1.6%), 기술유용(1.5→0.8%)도 감소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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