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콘택트렌즈 택배 허용…온라인 구매는?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안경·콘택트렌즈 택배 허용…온라인 구매는? 눈 건강 위해 온라인 구매 금지…소비자는 가격 때문에 해외직구

기사입력2016-08-02 15: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안경이나 렌즈를 맞춰봤다면 검안 이후 시력에 맞는 렌즈가 구비돼 있지 않아 추후 안경점을 다시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검안을 완료한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대해서는 택배배송을 허용함에 따라 이런 번거로움은 사라졌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대해 택배를 허용한 것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안경테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고 안경·콘택트렌즈는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혜택은 소비자가 아닌 안경점의 몫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안경은 여전히 안경업소에서만 판매가 가능한데, 정작 중요한 가격은 건들지 않았다는 이유다. (사)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매한 가격은 안경업소 구매가격과 비교해 최대 64% 낮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택배허용이 아니라 온라인 구매 허용이라는 얘기다.

“편의도 중요하지만 안구건강위해 온라인 구매 제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택배허용이 아니라 온라인 구매 허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안경·콘택트렌즈 택배를 허용한 이유는 소비자의 편의 때문이다. 검안을 마치고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소비자에게 맞는 렌즈를 안경점은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눈에 맞는 렌즈가 아니라 나이와 생활환경에 따라 적합한 렌즈를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또 안경의 경우 안경테에 맞춰 렌즈를 깎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시간도 필요하다. 소비자는 검안을 위해 한 번, 제품을 받기 위해 한 번, 적어도 두 번은 안경점을 방문해야 한다. 안경점이 집 근처나 회사 근처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해진 날짜에 맞춰 방문하기 번거롭다. 안경·콘택트렌즈 택배 허용은 이런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나왔다.

택배허용에 따라 소비자가 편리해 진 것은 맞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혜택, 소비자가 요구하는 안경과 콘택트렌즈 가격의 거품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수가 들어간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인터넷 구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서비스경제과 김형욱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소비자 편의도 중요하지만, 안구건강을 위해 온라인 구매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콘택트렌즈는 직접 각막에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으로 안질환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안경의 경우 도수를 안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지금이 여전히 같은지, 환경에 따라 보완할 점은 없는지를 검안과 함께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품수령 늦고 불법인데도 해외직구로 구입하는 이유는

(사)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매한 가격은 안경업소 구매가격과 비교해 최대 64% 낮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2012년 이전에는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청소년이 컬러렌즈를 오·남용한다는 논란이 일자 판매를 금지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안경 및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상거래 및 통신판매 금지범위를 구매대행 등 해외직구 범위로까지 넓혔다. 현행법에서는 모두 불법이지만,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이유는 바로 가격 때문이다.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가격부터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11년 한국콘택트렌즈 시장규모는 생산 및 수입액 기준으로 2000억원이다. 지난 2013년 이 단체가 조사한 결과, 국내 콘택트렌즈 가격은 해외보다 최대 64%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는 순간 가격이 뛰니, 소비자들로서는 납득하지 못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1년 이내에 안경을 교체하는 비율은 22%지만, 콘택트렌즈의 경우 79%다. 최근엔 하루만 사용하는 원데이(one day) 제품도 늘고 있다. 해외직구를 통해 제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3~4일에서 길게는 7일이상도 걸리지만, 해외직구와 국내구입간 가격차이에 따른 혜택이 이를 상쇄한다.

또 이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안경점 92.4%는 최근 1년간 콘택트렌즈 판매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미국이나 EU 수입품인데 한·미, 한·EU FTA로 관세가 낮아져 콘택트렌즈 수입가가 떨어졌음에도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온라인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온라인을 통한 안경·콘택트렌즈 구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 비싼 것을 강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규제완화가 결국 안경점만을 위한 대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김형욱 사무관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지만, 콘택트렌즈의 해외직구 불법은 안경점 택배허용과는 별개로 의원입법을 통해 이뤄진 부분이다. 정부로서는 정해진 법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고, 현재는 편의성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불만이 있는 만큼 향후 검토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정부가 가격조정을 위해 직접 개입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대한안경사협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방향에 동의한다. 소비자 편의성과 함께 안구건강 측면에서도 현행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추후 협회차원에서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