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안 지키면 3~5배 징벌적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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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최저임금 안 지키면 3~5배 징벌적 손해배상” 위반시 제재 강화 급물살…정부도 ‘즉시 과태료 부과’ 법안 제출

기사입력2016-08-18 00:00

최저임금 실효성이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내년에는 313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16일 발표된 여파다. 정부에서는 미준수 사업장에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미준수 사업장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서울시립대 노상헌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최저임금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며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2013년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한 6081건 가운데 99.7%는 시정조치로 마무리됐다. 과태료 부과는 6건, 사법처리는 12건뿐이었다.

정동영, 홍영표, 김삼화, 이정미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7일 국회에서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정부의 감독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2009년 2만5505개 업체를 감독해 이중 61.3%를 적발했으나 2014년에는 9.7%까지 떨어졌다. 반면 최저임금 위반 관련 신고는 2012년 620건에서 2014년 1240건까지 증가했다. 신고는 늘었지만 적발률은 떨어졌다는 의미다.

◇勞 “감독 미비 때문” 使 “최저임금 높아서”=노동계도 정부의 감독 부실을 지적하며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았던 김대중, 노무현정부때 최저임금 위반율은 낮았다. 이명박, 박근혜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늘었다.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히 지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에서도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하지만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기획홍보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1%도 안 됐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시장균형에서 이탈하니 미만 사업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을 시장상황에 맞게 안정적으로 인상해야 준수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에도 최저임금 관련 법안들이 대기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최저임금 위반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지난 4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사업주가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액을 지급했을 경우 차액의 3~5배 만큼을 배상하도록 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사법처리까지 8~9개월...과태료 즉시 부과”=각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위반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했다. 지금까지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는데, 이를 2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최저임금 근로자 구제가 먼저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송유나 사무관은 17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하지 않았을 경우 사법처리로 넘어간다. 근로자 입장에선 최저임금 미만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사법처리를 하면 사업주는 이 돈을 지급할 유인이 떨어진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최대한 미지급 임금을 청산하라는 차원에서 사법처리보다는 시정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과태료로 바꾸면 고용노동부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다. 송 사무관은 “지금까지는 범죄 입증후 기소까지 거쳐야 해, 벌금을 부과하려면 8~9개월이나 걸렸다. 과태료로 바꾸면 법원까지 가지 않고도 행정부에서 바로 감독관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벌(과태료)로 처벌수위를 낮추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최저임금법 위반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체불에도 해당돼 근기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최저임금법에서 벌금조항을 폐지해도 형사처벌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