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공동시설 총량제…놀이터 사라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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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주민공동시설 총량제…놀이터 사라질까 우려 고령자 많은 경우 경로당만 크게 리모델링…“공원시설은 곧 복지”

기사입력2016-08-17 17:43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을 비롯 공원시설업계는 안전은 물론 친환경적인 시설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사진=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똑같은 놀이기구, 똑같은 운동기구만 만들어서는 경쟁력이 없다. 비록 규모가 작지만 업체마다 디자이너를 두고 있는 이유는 창의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공원시설의 수준이 곧 복지수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순재 전무이사는 공원시설업체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공원시설업은 퍼골라(정자)를 비롯해 어린이놀이터의 놀이기구, 운동기구, 벤치 등을 제조·설치한다. 특히 대표적인 복지시설 가운데 하나인 공원이 이들 업체의 주요 타깃이다.

창의성을 염두에 둔 서울의 한 어린이놀이터.<사진=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주민공동시설 총량제 폐지” 촉구=2009년 설립된 공원시설업협동조합은 공원시설업체의 대표 단체다. 전국적으로 공원시설업체 수는 264곳이다. 이들 중 40%(103곳)가 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공원시설업 시장규모는 1조원을 밑돈다. 공공부문(1700억원) 보다는 건설업 등 민간부문(7000억~8000억원)이 더 크다. 아파트내 공원·놀이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건설업황에 따라 공원시설업계 시장도 움직인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별 잠재성장률 추정’을 살펴보면, 국내 건설업의 잠재성장률은 1991~1995년 4.0%에서 2011~2015년 마이너스(-0.5%)로 성장세가 꺾였다. 이와 관련 이 전무는 “공원시설업종이 아파트 건설경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따라서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4년 ‘주민공동시설 총량제’를 도입해 공원시설업계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종전에는 면적과 관계없이 경로당·어린이놀이터·운동시설 등을 짓도록 의무화했다. 총량제는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일부 시설을 생략하는 등 탄력적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고령자가 다수인 동네일 경우 놀이터·운동시설을 짓지 않고 경로당만 크게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있다.

각종 목재·철재 등을 절단하고 용접하기 때문에 소음과 분진 등으로 인해 작업환경이 다소 열악하다.<사진=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 전무는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되레 보육 인프라를 줄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주택사업자는 기업의 이윤과 용이성 측면에서 시설을 설치하기 때문에 결국 대기업의 사업 편의성만 보장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리헌장 만들어 업체 자정노력=조합은 회원업체에 디자인 개발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이 전무는 “기능별로 특화하지 않으면 소비자들도 제품을 써 주지 않는다”면서 “천편일률적인 놀이기구에서 벗어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시설업의 85% 가량이 10인 미만 소규모 업체지만, 조합은 1명 이상의 디자이너를 고용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조합은 또 지난해 자체적으로 ‘윤리헌장’을 제정하기도 했다. 업체간 과당경쟁이 심해 자칫 원가절감을 이유로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게다가 디자인을 몰래 베껴쓰는 것을 방지하고자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정부의 규제정책에 대해서도 인식전환을 요구했다. 공원내 설치하는 각종 기구는 ‘제품안전검사’(국가기술표준원)와 ‘설치안전검사’(국민안전처) 등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인증검사기구가 이원화돼 있다”며 “상상력과 모험성을 주제로 하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안전인증 정책을 민간단체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원시설=복지…사회공헌활동 통해 사회와 호흡”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순재 전무이사 ©중기이코노미

“공원에 각종 기구를 설치만 하는게 목적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 시민들이 안락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디자인하고 있죠. 공원시설업계는 복지문제에 천착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순재 전무이사는 ‘사회와 같이 호흡하는’ 조합임을 강조했다.

특히 조합은 여러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놀이터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서울 관악구 선봉어린이공원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조합이 2억3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신개념 놀이터’로 꾸몄다. 디자인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지난 2010년 라오스의 비엔티안 마을에 ‘희망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갖도록 추진한 사업이다.

이 전무는 “사회의 일원인 조합회원사들이 기업이윤에 앞서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남다른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고 “앞으로도 조합회원사와 힘을 모아 작지만 어린이와 지역주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