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하청구조에 ‘신음’하는 이벤트전문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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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대형사 하청구조에 ‘신음’하는 이벤트전문업체 “대형사 위주 입찰조건 개선해야”…공공행사 적정 대행료도 부재

기사입력2016-08-21 00:00

“민선 자치시대가 열린 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경영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지역축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벤트’가 한 축을 담당한다. 이벤트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빌딩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엄상용 이사장이 인터뷰 서두에 던진 말이다. 이벤트가 지역사회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에 대한 질문에 이처럼 설명했다.

대형업체가 발주한 이벤트는 대개 중소전문업체들이 도급을 받아 진행한다. 사진은 슈퍼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기획에서 특수효과까지 ‘종합 커뮤니케이션’=지방자치단체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축제’를 선택한다. 지역을 알리는 마케팅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전국 시·도에서 진행하는 지역축제 수는 12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보령머드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평가받는다. 또 충남 서해안지역 이벤트로 ‘남당리대하축제’, ‘몽산포주꾸미축제’ 등도 우수 관광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많은 축제의 무대 뒤 편에는 이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있다.

이벤트는 전체적인 밑그림을 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무대, 음향, 조명, 특수효과, 영상, 가수·MC, 공연팀 등이 어우러진 ‘종합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요소들을 주어진 기간동안, 특정 장소에서 어떻게 임팩트를 주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엄상용 이사장은 “이벤트는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장소마케팅의 성격을 갖는다”며 “이벤트는 규모나 성격에 따라 개최하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 지역, 국가 차원의 관심도 높아졌고 그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기업들의 광고비와 지자체의 행사비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벤트산업 규모는 대략 1조6000억~2조원이다. 이벤트 전문업체 수는 3000여곳으로 추정되지만, 국가·지자체·기업행사를 대행하는 업체는 200~300곳이다. 이중 연매출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고작 10곳 이하며, 대다수 업체들은 영세하다.

이벤트전문업체가 한 대기업의 공장 준공식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갖기 앞서 사전점검하고 있다.<사진=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대기업·방송사에 유리한 입찰제도 개선을”=축제를 비롯해 전시와 컨벤션 등 대규모 행사뿐만 아니라 기업의 판매활동을 촉진하는 각종 산업이벤트도 늘고 있어 이벤트산업의 성장잠재력은 높다. 하지만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들이 발목을 잡는다.

이를테면 공공행사의 경우 행사대행료·인건비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벤트업체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39%)은 ‘적정 대행료·기획료 부재’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엄 이사장은 “국가기관 및 지자체의 경우 담당공무원에 따라 대행료·기획료가 천차만별이다. 서울시의 경우 행사대행업체의 대행료를 수익금의 3%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이나 행사대행 같은 무형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다단계 하청구조도 문제다. 대기업 계열의 광고대행사와 방송사들이 낙찰을 받은 후 이를 중소 이벤트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엄 이사장은 “6~7년 전부터 방송사들이 지자체 축제기획에 진출하고 있다”며 “낙찰자 선정을 위해 지자체가 평가를 매길 때 방송사는 A2, 이벤트전문업체는 B2를 줌으로써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이와관련 산업연구원 조현승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기업 계열 광고기획사나 방송사들이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 기획이나 운영은 이벤트 전문업체가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은 실질적인 이벤트 업무를 하지 않아도 수주 후 하청을 통해 행사금액의 7~15%의 중간마진을 취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형사 위주의 입찰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하청구조의 불공정 관행은 지속될 것”이라며 “규모 위주의 입찰조건보다 전문성과 실제 기획 및 운영능력을 고려한 ‘탄력적 입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은 65개 이벤트 전문업체가 모여 지난 2012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연내 이벤트산업발전법 제정 추진하겠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엄상용 이사장 ©중기이코노미

이벤트 주최자 앞에서 PPT를 활용해 제안설명을 한다. 그러기 위해 이벤트 기획자들은 눈발이 흩날리거나 세찬 비바람이 불어닥쳐도 현장으로 달려가 또 점검한다. PPT자료만 수십쪽에서 많게는 백여쪽에 달한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엄상용 이사장은 업계에선 ‘전천후 이벤트 기획자’로 통한다. 이벤트 업계에서 20여년동안 몸담은 그는 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업계가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발전하기 위해 중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엄 이사장은 “최근 이벤트산업의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과 정부의 지원부족으로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벤트산업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컨벤션과 전시 산업 등은 관련 법률(컨벤션산업법·전시산업발전법)이 있어 정부의 지원이 활발한 반면 이벤트산업은 관련 법률이 없다. 이 때문에 엄 이사장은 정부 및 국회에 ‘(가칭)이벤트산업발전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가 마련한 법률안 초안에 따르면 ▲대형사 위주의 입찰조건 지양 ▲제출된 기획서에 대한 저작권 보호 ▲행사용역에 대한 정산규정 명문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 및 국회에 요청해 공청회를 여는 등 연내 입법화를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지역축제를 수도 없이 기획한 엄 이사장은 축제 주최기관의 ‘축제 베끼기’ 관행에 대해서도 따끔히 지적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여름축제를 ‘물총’, ‘물싸움’을 위한 행사로 도배하고 있다. 물 축제는 대만의 ‘송끄란 축제’에서 빌려온 것인데, 지나치게 유희성만을 내세워 비슷한 축제가 범람하고 있다”며 “축제는 분명 시대성·역사성·문화성을 겸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부흥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축제가 다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