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업체 80% 매출 5억↓…대기업 60% 점유

프린트

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어묵업체 80% 매출 5억↓…대기업 60% 점유 “품질 좋아졌지만 시장 잠식” 포장마차도 사라지며 판로 걱정

기사입력2016-08-24 17:02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어묵업체는 식품 안전성을 위해 HACCP 인증을 받는다. 사진은 성형기를 통해 어묵을 만드는 과정이다.<사진=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

“어묵을 제조하는 어육연제품 업체들은 대부분 선대부터 어묵을 만들어온 ‘가업’이다. 3세대가 함께 모여 근무하는 등 친인척 모두가 매달려 생업을 꾸려가는 가족형 기업형태가 대다수다.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국민 먹거리’를 만드는데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 최병문 전무이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어묵업계를 설명하면서 ‘가족·국민’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했다. 먹거리(어묵)에 대한 안전성과 함께 자부심이 가득했다.

어묵을 제조하기 위해 연육과 첨가물을 배합하고 있다.<사진=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

◇소규모 업체도 HACCP 인증받아=어묵은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 인증을 의무적으로 획득하도록 고시된 제1호 품목이다. 5인 이하 소규모 업체일지라도 HACCP 인증을 받아야만 어묵제조업 허가를 받는다.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만큼 안전성이 최우선인 식품이기 때문이다. 조합도 회원사에 이를 각별히 당부하고 있다. 최 전무는 “지난 2002년부터 이 제도가 도입됐는데, HACCP 인증을 받기 위해 모든 시설장비를 교체했다”며 “업체마다 5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이상 들여 안전성 기준에 맞춘 설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어묵을 길거리 좌대에 늘어놓고 판매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묵 제조의 간판격인 부산지역에서 일어났다. 이에 조합은 “HACCP을 시행하는 마당에 좌대에 판매하는 것은 식품위생과 어긋나는 일”이라며 강력히 제재하기도 했다.

현재 어묵업체는 240여곳으로 파악된다. 부산경남(79곳)과 수도권(78곳)에 전체의 65% 가량이 몰려 있다. 어묵업체의 80% 가량은 연매출액이 5억원을 밑도는 소규모 기업들이다.

◇원재료 공동구매 사업 등 자구책 마련=최 전무가 체감하는 시장 전망은 다소 어둡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가로정비계획에 따라 포장마차를 철거하면서부터 어묵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어묵판매시장의 30% 가량이 포장마차인데, 판로개척이 쉽지 않다”고 걱정이다. 여기에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난제다.

배합·마쇄·성형 등의 과정을 거친 어묵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최종 제품으로 나온다.<사진=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

조합에 따르면 어묵시장 규모는 3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CJ·사조대림·동원F&B·풀무원 등 대기업 4사가 60% 가량(1800억원)을 점하고 있다. 대기업은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해제되면서 중소업체를 하나둘 인수하는 방식으로 어묵시장에 진출했다. 이를테면 CJ가 삼호어묵을, 사조대림이 오양맛살을 각각 인수했다.

최 전무는 이와 관련 “품질관리와 표준화를 앞세운 대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어묵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아졌으며, 중소업체들도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중소기업의 영역이었던 어묵시장이 대기업에 상당 부분 잠식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묵제조의 원조인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있지만, 대기업이 애초부터 골목상권을 넘보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경영안정을 위한 자구책으로 원재료 공동구매에 나섰다. 어묵의 원재료인 연육의 90%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를 공동구매하고 있다. 조합에 가입된 53개 업체들이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있다.

소규모 업체인 까닭에 부가가치세도 이들에겐 부담이다. 이 때문에 조합은 의제매입세제 공제율을 현행 4/104에서 일반식당(8/108)에 준하는 수준으로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의제매입세액공제란 사업자가 구입하는 물품에 대해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