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사고파는데 개인정보 제공 규제 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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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지금도 사고파는데 개인정보 제공 규제 푼다고 “형식적 동의 없애자는 것” vs “개인정보 무분별 활용, 유출 심화”

기사입력2016-09-23 14:45

정부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개인정보 사전동의 규제를 완화한다.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이뤄졌던 개인정보 제3자 사전동의 규제를 현실에 맞게 바꾸겠다는 입장이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이 제휴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다른 회사에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할 때는 정보주체에게 제공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주고받을 때마다 일일이 동의를 받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불편하고 고객 편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명이다.

2심 재판부도 홈플러스가 무죄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경품행사 응모권에 1mm 크기로 “응모자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이라고 적혀있었으므로 제3자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자료=참여연대>

◇방통위 “기업 부담 덜고 이용자도 편리”=개인정보 사전동의 규제가 완화되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부담을 덜 전망이다.

방통위 황지은 사무관은 지난 21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스마트냉장고를 불필요한 규제 사례로 들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냉장고에는 21.5인치의 터치스크린이 달려있다. 식재료가 떨어지면 냉장고 스크린을 보면서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배송 요청까지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3자인 대형마트에 제공해야 하는데, 주문할 때마다 이용자로부터 동의를 받게 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것이 포괄적 사전동의제다. 기업이 개인정보 수집항목과 수집방법, 제3자 제공 내용에 대해 이용자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받았다면 추가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황 사무관은 “기업들이 기존 규제 때문에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한다는 민원이 있었다”며 “기업뿐 아니라 학계와 전문가, 법조계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 요구가 있었던 사항”이라고 했다.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대한 법률도 바꾼다. 지금까지는 개인정보를 가진 기업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넘길 경우 사전동의가 원칙이고, 전자우편으로 알리면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예외조항으로 들어가 있었다. 앞으로는 고객에게 고지만 하면 사전동의는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바꾼다. 개인정보 이용내역을 주기적으로 개별통지해야 하는 부담도 덜어준다. 기업이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이용내역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확인하는 방법만 알려줘도 개별통지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정보 이용내역을 이용자 이메일로 개별통지하도록 한 규제도 완화한다. <자료=아시아나항공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지 이메일 캡처>

◇개인정보 팔아 수백억 벌어들이는데 ‘괜찮을까’=홈플러스, 롯데홈쇼핑 등 고객 개인정보를 팔아 수익을 올린 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기업 봐주기’라는 비판도 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빌미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다음 2400만건의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넘겼다. 이렇게 해서 홈플러스가 벌어들인 수입은 231억원에 달한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소비자들 중 일부는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지난달 12일 2심 재판부도 홈플러스가 무죄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경품행사 응모권에 1mm 크기로 “응모자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이라고 적혀있었으므로 소비자가 제3자 제공에 동의했다고 간주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고객 개인정보 324만건을 팔아넘겨 37억원을 벌어들였다. 롯데홈쇼핑은 고객들로부터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전동의를 받았다. 방통위는 롯데홈쇼핑이 팔아넘긴 개인정보 중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3만건에 대해서만 위법으로 판단해 1억8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것 자체를 금지한 법은 없기 때문에 유상판매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에서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지난 21일 방통위가 발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기업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할 때 유상판매 여부를 이용자에 알리도록 바꾼다. 팔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가 판매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린다는 것이다. 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개인정보 처리정지 요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기업에 개인정보 처리를 정지할 수 있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와 관련, 방통위 황지은 사무관은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대한 규제 완화는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진행돼온 사전동의를 현실화하는 조치”라며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범죄는 다른 법과 수단을 통해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