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민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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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민증세’ 담뱃세 주세 과태료 범칙금…서민 호주머니만 털고 있다

기사입력2016-10-12 16:5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부자감세’ 기조를 고집하고 있는 정부가 ‘서민증세’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담뱃세 폭탄에 급증하는 주세 그리고 과태료와 경범죄 범칙금까지 모두 ‘서민’, ‘생계’와 직접 관련된 역진세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후 경범죄 단속이 대폭 늘었고 범칙금 납부금액도 4배 증가했다. 금태섭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의 경범죄 단속은 2012년 5만8000건에서 2015년 16만6000건으로 늘었다. 올해 8월까지는 이미 10만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범칙금 부과금액은 11억원에서 55억원으로 5배 증가했고, 납부금액(44억원) 기준으론 4배 늘었다.

경범죄 처벌대상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명시된 물품강매·호객행위, 광고물 무단부착, 쓰레기 등 투기, 노상방뇨, 음주소란, 구걸행위 등 40여가지다. 미납된 범칙금 10억원은 이들 범죄 유형 대부분이 ‘생계형’ 범죄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생계형이라서 또 범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말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재벌집단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따른 과징금을 수조원 이상 깎아줬듯이 호객행위 한 생계형 범죄자에게도 현행 10만원인 범칙금을 좀 깎아 주란 얘기다.

또 부자감세로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교통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 과태료·범칙금으로 총 7340억원이 부과됐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11년과 비교해 1882억원이 증가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자는 것도 불법주차를 허용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시내에 차를 끌고 나왔다가 주차비 아끼려고 목적지 주변을 빙빙 돌다 약속시간 늦은 경험은 서민이라면 한번쯤은 다 있다. 1톤차를 이용해 청과물을 배달하는 자영업자에게 신호위반에 따른 6만원 범칙금의 무게는 대형유통업체 회장의 그것과 다르다. 경찰청이 이같은 사정을 100만분의 1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화나는 것은 담뱃세 폭탄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 후 담배세수는 2014년 6조9905억원에서 2015년 10조5181억원으로 3조5276억원이 증가했다. 올해 담배세수는 12조2000억원으로 예상돼, 인상 전과 비교하면 5조2095억원의 세수증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인 의원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법인세법 개정안 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당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세수증대 효과는 2조4600억원 정도다. 거칠게 말하자면 담뱃세 폭탄의 위력은 법인세 인상을 두번 할 수 있는 규모다. 그것도 1년에 두번이다.

범칙금에 과태료 그리고 담뱃세까지 역진적인 서민증세에 짜증이 난 서민들의 음주량이 늘어감에 따라 주세도 증가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 가운데 주세는 총 3조2275억원으로 전년보다 13.2% 증가했다. 올해 예상되는 주세를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하고 올해 예상되는 담뱃세를 합치면 8조4000억원이 넘는다.

언제까지 정부의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 것인가. 사정이 이러한데 법인세 인상을 당론으로 채택한 야당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말 이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