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해봤는데” CEO의 성과·경험 되레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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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내가 다 해봤는데” CEO의 성과·경험 되레 독 중소·중견기업이 인사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기사입력2016-10-20 14:5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아인스파트너와 함께하는 HR ⑦중소·중견 인사제도 설계:한계] 몰라서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한다는 말도 하지마라! 인사제도를 알고 모르고는 두 번째 문제다. 중소·중견기업이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기 꺼려지거나 또는 기존의 인사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인적·물적 역량의 한계 때문이다. 몇가지 문제점만 넘어서도 기존의 인사제도를 바꾸는게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다.

인사컨설팅 전문기업 아인스파트너가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19일 개최한 ‘중소·중견기업 인사제도 설계 및 정착 노하우’ 세미나에서 이 회사 이윤행 팀장은 중소·중견기업이 인사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중소·중견기업의 특징을 인정하고 극복할 것을 제안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팀장은 ‘중소·중견기업 인사제도 설계 특징’부터 소개했다.

중소·중견기업 인사제도 설계 특징

<자료=아인스파트너>

◇경영자 의존도가 높다=경영자의 생각이 곧 기업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다. 보통 벤처기업 출신 CEO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자신이 이뤄낸 성과와 그 경험에 자신감이 넘치다 보니, 모든 기준을 자신에게 맞추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도 CEO의 성과에 함부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CEO가 제시한 제도에 좋고 나쁨을 말하기 어렵다. 그런 CEO의 자신감은 경우에 따라서는 급변하는 기업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기업을 살렸던 CEO의 자신감은 오히려 기업의 변화와 혁신역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가 다 해봤는데”가 있다.

◇인사 전문가가 부족하다=중소기업 조직문화를 언급할 때면 늘 나오는 얘기가 1인다역이다. 특히 인사부서를 따로 두고 있는 중소기업은 드물다. 총무부서나 회계부서가 인사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부서의 업무는 다른 업무와 함께 취급해도 되며, 그만큼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낮게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사 관련 부서나 직원들의 사내 영향력도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럴 경우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하려고 해도 “그냥 하던 대로 해”라는 다른 부서의 무시 속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리스크 적어 포기도 빠르다=중소기업이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추기로 했다. 이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려면 대표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말로 전달하거나 간단하게 문자메시지를 이용해도 충분하다. 회식자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특별히 투자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대기업에 비해 절차를 바꾸는 과정은 간단하며 투자비용이 매우 적다. 투자비용도 없어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철회하는 것도 빠르다. 이윤행 팀장은 “인사제도의 개선효과가 영업부를 제외하면, 즉각적이며 시각적인 성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중소·중견기업은 인사제도 시행에 따른 실패, 즉 리스크가 크지 않다보니 성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조기에 실패로 단정 짓고 철회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경영자의 생각이 기업 전체에 영향을 주거나, 창업멤버의 거부감이 커 인사제도를 새롭게 설계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자료=비자트>

◇내부역량에 대한 신뢰 부족하다=인사제도 개선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조직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문제다. 이는 특히 대기업출신 중소·중견기업 임원들에게서 자주 보인다. 이들의 경우 “대기업에서 다 해봤는데 안 되더라”, “대기업에서 직원들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동일선상에 놓고 ‘어차피 안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윗선에서의 회의감은 낮은 직급의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영향력도 크지 않고 ‘내가 노력해도 어차피 바뀌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에 새로운 인사제도에 대한 참여도가 낮아진다.

◇제도를 벗어난 ‘특권층’이 존재한다=창업 중소기업의 경우 CEO만큼이나 창업멤버들의 영향력도 크다. R&D연구가 핵심부서인 중소기업에서 경영부서 책임자가 창업멤버인 경우, 경영부서가 영업부서는 물론 R&D부서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창업멤버들은 기존과 다른 인사제도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새로운 인사제도가 시행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창업멤버가 내심의 이유보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한 논리를 통해 인사제도 시행을 반대하면, 사내 역학관계상 제도시행이 쉽지 않다. 이 팀장은 “이전에 진행한 컨설팅의 경우, 한 창업멤버가 ‘새로운 제도의 평가항목이 회사와 맞지 않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인사승진에 있어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돌려 표현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가족기업의 경우는 CEO와 가까운 친인척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새로운 인사제도의 시행을 꺼리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중소·중견기업의 속성에 따라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일단 시행하면 빠르고 직접적인 전파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언급한 몇가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대기업보다 빠르게 인사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경영진에서 말단 직원까지의 거리가 짧아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경영진의 태도에 따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고, 변화에 대한 적응도 빨라 대기업보다 유연한 인사제도 설계가 가능한 것이다.

인사제도를 바꿨다고 당장에 눈에 띄게 매출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성공으로 볼 수 있을까? 이 팀장은 “새롭게 설계한 인사제도가 한 사이클 돌았다면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시행하기 전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교육을 통해 납득시켜야 한다. 또 시행 이후 시행과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수정과 보완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 팀장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제도는 없고, 현재 상황에 딱 맞는 인사제도란 불가능하다”며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체다. 2016년 기업환경에 맞아도 2017년에 다를 수 있다. 원칙은 세우고 세부적으로는 유연하게 만들어 그때그때 수정과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