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지지 받기 힘든 중기중앙회 바른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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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국민지지 받기 힘든 중기중앙회 바른시장경제 갑질 피해자이지만 또 가해자이기 때문…불공정 행위 추종

기사입력2017-03-13 20:1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등 갑을관계가 고착화돼, 우리 산업생태계 내에선 ‘갑질’에 대한 감수성 그 자체가 무뎌졌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을 당연한 권리처럼 행사하는 경제주체는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행한 행패를 규모가 작은 소기업에 그대로 전가한다. 소기업·소상공인이 언제나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소기업·소상공인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게 법에 정한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피해를 벌충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문화의 유일한 수혜자는 대기업뿐이다. 나머지 경제주체 대다수는 자신보다 하위 생태계에 위치한 경제주체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다. 우리 산업생태계에서 가장 꼭대기에 서있는 대기업과 말단에 위치한 근로자와 그 가계를 제외한 모든 경제주체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우리 산업생태계의 고질병인 갑질문화를 뿌리째 뽑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독점적인 시장권력의 일부를 박탈해야 한다. 또 근로자와 가계를 제외한 중소기업 등 나머지 경제주체가 갖고 있는 시장권력 역시 통제돼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외식업중앙회 등 ‘15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이하 15개 중기협)’는 최근 회장단을 중심으로 ‘바른시장경제정책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정책추진단은 “제19대 대선을 기회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꿔 소수 대기업이 독식하는 왜곡되고 불공정한 경제가 아닌, 모든 경제주체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회를 얻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 바른시장경제를 만들겠다”고 출범이유를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결정으로 대선일정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15개 중기협은 대선후보와 각 정당에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한편 ‘바른시장경제’ 환경 조성을 위한 바람몰이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15개 중기협은 ▲중소기업부 설치 ▲대통령 직속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격상 ▲소상공인 생계형업종 법제화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30대 핵심과제로 선정,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공약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15개 중기협은 4월경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대한 대선 후보자의 입장을 듣는 ‘차기정부 중소기업정책 국민보고대회’를 개최, 각 당의 대통령후보자에게 350만 중소기업인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 줄 것도 함께 요청했다.

중소기업중앙회(사진)를 비롯한 15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공정거래’와 ‘일자리 창출’를 외치기전, 각 단체 회원사와 거래하는 을과의 관계에서 갑질을 하지말 것을 독려했는지 그리고 일자리를 ‘유지’해 달라고 적극 나섰는지 묻고자 한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하고, 공정위의 위상을 강화하며, 생계형 적합업종을 법제화하자는 등의 요구는 시장에서 대기업의 힘을 억제함으로써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대안이다. 최근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특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15개 중기협의 요구는 정당성도 그렇고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제 정당을 포함 대선후보 모두 15개 중기협의 요구를 수렴, 대선 이후 실제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바른시장경제’를 세워 줄 것을 정치권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앞서 말했지만,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척결은 ‘바른시장경제’의 전제일 뿐 완성은 아니다. 바른시장경제체제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착취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또 소상공인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탈 또한 근절돼야 한다. 그리고 대·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법에 정한 임금과 근로시간을 보장함으로써 고용한 근로자와 그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5개 중기협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30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도 바른시장경제에 따른 혜택을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판단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법과 제도 차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기업의 몫이다. 이런 측면에서 15개 중기협이 각 단체 회원사들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는 몰라도,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는지 묻고자 한다. 또 회원사와 거래하는 을과의 관계에서 갑질을 하지말 것을 독려했는지도 묻고 싶다.

15개 중기협 각 단체 소속 회원사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기업이 자신들에게 했던 불공정행위를 답습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14.6%에서 올해 16.3%로 높아진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들 대다수는 15개 중기협 소속 회원사에 고용돼 있다. 회원사 상당수가 경영난 등 이런 저런 이유로 결과적으로 법을 위반함으로써 근로자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등 15개 중기협의 요구가 내용상 정당성을 갖고 있음에도 국민 대다수를 구성하는 근로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면서 자신의 눈에 들보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결과, 15개 중기협의 요구는 그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산업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재벌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철퇴를 내릴 명분을 갖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은 스스로에 대해서도 엄격해야만 한다. 하루하루 맞닥뜨리는 대기업의 반칙에 중소기업 입장에선 임금인상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면 15개 중기협과 회원사들이 싸우고, 저항해야 할 대상은 대기업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15개 중기협과 회원사들은 대기업엔 한없이 약했고,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겐 한없이 강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 15개 중기협은 이제 스스로 재계단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대기업의 이익단체와 각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또 15개 중기협을 중심으로 회원사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아, 그것을 고용한 근로자에게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아니더라도 올해만은 예년과 다르게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중기중앙회를 포함 15개 중기협이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그럴 때만이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 속에서 15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주장하는 바른시장경제체제도 현실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