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주는데, 대출규제 정책전환 냉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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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가계소득 주는데, 대출규제 정책전환 냉혹하다 ‘갚을수 있는 여력·감내할 수 있는 고통’ 가계부채 연착륙 정책 주문

기사입력2017-04-07 10:5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빠져들기는 쉽게, 헤어나기는 어렵게’ 만든 정치망이라는 그물이 있다. 그물을 피해 열려있는 곳으로 헤엄쳐 들어가면 갈수록 갇히게 되는 형국. ‘서민경제 살리기’로 포장된 온갖 대출제도도 국민들을 향해 놓인 정치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빚이 많아 고민이 많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같이 죽어간 ‘안동 일가족 자살’ 사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으니 자살이라 불러야겠지만, 정치망 같은 인생 막장으로 일가족을 몰아넣은 정치는 책임이 없는 것인지 따지고 싶다.

살기 힘들어 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저금리를 내세워 돈을 풀었다. 또 정부는 은행의 문턱을 낮춰주면서까지 집사기를 권했다. 폭증하는 가계대출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리라는 것을 알려 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상환능력보다 담보능력을 먼저 봤고, 이자만 갚으면 원금은 언제까지라도 유예할 수 있는 것처럼 대출자를 끌어 모았다.

‘그랬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대출제도도 방향을 바꿨다

그랬던 정부가 정책도, 은행의 대출제도도 하루아침에 방향을 바꿨다. 대출심사 강화를 주문했고, 은행들은 앞 다퉈 원금균등 상환방식으로 대출제도를 전환했다. 은행권의 빚 독촉에, 빚 있는 국민들은 제2은행권이나 사채에 손 벌려야 하는 지경에 빠져 들었다. 정치망에 걸린 물고기처럼, 더 깊고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빚내서 빚을 갚아야 악순환에 빠져든 것이다.

대출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는 금방 터질 듯 위험하다. 빚진 국민과 빚을 권한 정부·은행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해야 한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제 그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다. 2/4분기부터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도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르는 금리에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까지 대출규제로 이어진다면 ‘안동 일가족 자살’ 사건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대출을 강권했던 정부, 실적을 위해 대출을 남발했던 은행. 아무리 빚진 사람이 죄인이라지만, 정책방향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빚 갚기를 채근하는 모양새는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빚을 더 늘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갚을 수 있는 여력을 만들고, 감내할 수 있는 고통으로 가계부채를 연착륙시켜 달라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은행과 국가의 부실로 옮겨 붙을까 우려해서이고, 빚진 국민들만 몰아대서야 올바른 대출규제 대책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빚은 빚낸 사람이 갚아야 한다. 누가 대신할 수도, 대신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대출을 ‘서민 살리기’로 호도한 정부였기에 대출을 갚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은행 역시 제 살길만 찾아 대출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는 금방 터질 듯 위험하다. 빚진 국민과 빚을 권한 정부·은행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내수진작도, 국민소득 증진도 그리고 국가경쟁력 강화도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