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재벌 ‘적정’ 세금? 올리려해도 과세정보 한계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4대재벌 ‘적정’ 세금? 올리려해도 과세정보 한계 법인세 인상 찬반론자·정부기관, 실효세율 기준 제각각인 원인

기사입력2017-05-16 16:3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양극화는 개인별 소득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고, 대기업간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가 지난 1월 발표한 ‘재벌개혁의 전략과 과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GDP에서 30대재벌의 자산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90.4%(2015년 기준)다. 이중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재벌 계열사·친족회사를 포함한 범4대재벌의 GDP 대비 자산총액 비율은 51.6%다. 범4대재벌의 자산총액은 30대재벌 전체 자산총액의 65.2%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범4대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공약까지 제시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범삼성의 자산총액은 30대재벌 전체 자산총액의 1/4 수준에 근접(22.6%)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삼성의 독주도 놀라운데, 지난 2002과 비교하면 2015년 GDP 대비 범삼성의 자산총액 비중은 2.39배 증가했다. 반면 30대재벌의 자산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배, 범4대재벌은 1.96배 늘었다.

이와 비례해서 이들 기업이 ‘적정한’ 수준의 세금을 내고 있는가는 오랜 기간 계속돼 온 논쟁거리다. 재벌닷컴이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해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4대 재벌그룹이 납부한 법인세는 8조4190억원, 전체 신고법인 총부담세액 39조7703억7500만원의 21.1%다. GDP 대비 범4대재벌의 자산총액 비율(51.6%)을 고려하면, 법인세 부담분(21.1%)이 타당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이러한 법인세 인상 여부를 둘러싼 찬반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지표가 실효세율이다. 법으로 정한 명목세율은 차치하고, 투자세액·R&D공제 등 각종 감면 및 공제를 동반한 실효세율은 항상 말썽이었다. 법인세 인상 찬성론자들은 실효세율이 낮다는 이유로, 반대론자들은 실효세율이 높다는 근거를 동원해 서로의 주장을 반박했다. 양자간 제시하는 기준이 달라 생산적인 토론은 불가했고, 타협지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정부기관도 실효세율 기준 제각각…중견기업 실효세율 더 높아

범삼성의 자산총액은 30대재벌 전체 자산총액의 1/4 수준에 근접(22.6%)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중기이코노미

과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기관이 밝힌 실효세율 기준 또한 제각각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4년 국내기업의 법인세 평균실효세율은 전년보다 0.5%p 하락한 14.2%라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기업이 부담한 총 세액을 소득금액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실효세율을 산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실효세율 산출방법은 다르다. 수출입기업은 외국 과세당국에 세금을 내는 만큼 세액공제를 통해 세액을 깎아주는데, 이 부분까지 더해야만 기업의 실제 세부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3년 17.1%, 2014년 17.2%로 0.1%p 상승했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다.

계산방식 차이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더라도, 정부기관 사이에서도 실효세율을 산정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한 답은 또 다른 정부기관인 국세청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법인세 실효세율 논란의 경우, 해외부분은 전체적으로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전문가도 데이터를 확인할 수가 없다. 과세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과세당국과 학계, 재계가 제각기 다른 실효세율 계산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실효세율 기준이 모호한 것 이외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실효세율이 중견기업에 비해 낮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기업규모별 법인세 실효세율 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실효세율(외국납부세액 공제시)은 16.0%였다. 같은 해 중견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7.0%로, 대기업에 비해 1.0%p 높았다.

“과세정보를 공개해야 현실적·효과적 정책 제시·수립 가능”

국세청은 매년 ‘국세통계연보’를 발행한다. 조세재정을 연구하고 정책을 분석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본 자료다. 따라서 국세통계연보에서 제공되는 통계수치는 국세행정 및 조세관련 연구 그리고 재정분석 및 이를 통한 경제정책 수립이 가능하도록 충분하게 제공돼야 한다. 공개되는 국세통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세무행정 투명성을 높이고 조세형평성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법인세 인상 등 증세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국세청이 과세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실효세율 기준이 제각각인 이유 중 가장 큰 원인 또한 국세청이 과세자료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각종 일자리 또는 복지 관련 공약에는 수십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고, 생산적인 증세 논쟁의 기반을 제공하는 차원에서도 과세정보 공개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와관련 위평량 연구위원은 “과세당국만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가 가능하며, 현재보다 현실적·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수립할 수 있다”며 “과세당국은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세정보를 확대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