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합헌판결, 게임업계 시선 ‘정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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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셧다운제 합헌판결, 게임업계 시선 ‘정부로’ “인터넷 게임 무가치한가”…대통령 “게임 지원” 발언 주목

기사입력2014-04-2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홈페이지 캡처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게임산업협회) 홈페이지에는 조화와 함께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이라는 배너가 걸려 있다. 지난해 10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중독으로 규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할 때부터 이 배너가 걸려 있었다.

최근 우환이 겹쳤다. 심야시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소위 ‘셧다운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개선을 추진하는 이 시점에 이같은 판결이 나와 아쉬움을 느낀다”며 “4대중독법 등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판결로 게임산업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셧다운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판결에 따라 게임업계의 시각은 다시 정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제3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게임산업은 콘텐츠산업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이 큰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며 “한쪽만 바라보고 규제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게임업체들에게 큰 손상을 입히는 사례가 나오지 않았냐”고 말했다.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역시 브리핑에서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업계의 규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는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협회는 셧다운제 시행 이후 “2011년까지 평균 29.3%에 달하던 성장률이 2012년 이후 평균 8.3%로 추락했고, 기업 수도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3700개가 감소했으며,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 또한 2012년 말 기준으로 최대 30% 하락했다”며 게임업계의 피해를 호소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과의 격차는 점점 커져 15% 이상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 기업들은 중국 자본에 의지하거나 유럽 정부의 러브콜을 받는 등 해외로 내몰리고 있다”고도 했다. 또 “셧다운제나 중독법 등 기업 규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해답이 아니기 때문에, 협회는 보다 근본 원인에 대한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인터넷게임을 유해·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인터넷게임 제공자는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서는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게임 신규접속을 차단하고, 오전 0시 이전에 접속한 경우라도 오전 0시가 되면 인터넷게임 제공을 중단시키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통해 셧다운제를 PC온라인게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보급률이 낮아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없다는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반영해 셧다운제 적용이 유예됐다.

게임산업계와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각각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의 자유,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1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4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 및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하여 일정 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며 셧다운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인터넷게임 자체는 오락 내지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인터넷게임에 과몰입되거나 중독될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 및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인터넷게임의 특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한하여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기타 과잉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고 시험용 또는 교육용 게임물에 대해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셧다운제의 도입을 추진한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최근 청소년의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등 과다 이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심각함을 고려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보호를 지향하는 헌법이념과 공공의 가치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이에 대해 “게임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25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게임산업 종사자의 표현의 자유, 부모의 교육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들은 다시 한 번 부정되었다”며 “만 16세 미만의 국민들이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판결문에 제시된 2명의 재판관이 내린 반대의견에 주목했다. 김창호, 조용호 등 2명의 헌법재판관은 “청소년의 수면시간 확보가 이러한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인지 의심스럽고, 기본적으로 인터넷게임을 유해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어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