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건 재벌이” 대기업체제가 혁신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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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돈 되는건 재벌이” 대기업체제가 혁신 걸림돌 中企 중심 정책설계 시행돼야…최우선 정책과제는 ‘공정경쟁정책’

기사입력2018-02-22 21:03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출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체제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22일 개최한 ‘혁신성장과 새로운 산업정책 세미나’에서 조영삼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화 초기를 지난 후에도 여전히 대기업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대기업체제가 유지됐다”며 “돈 되는건 재벌이 다 한다. 이것이 한국경제와 대기업의 관계”라고 꼬집었다.

대기업체제는 모방 의존한 부가가치 창출구조에서 유용

조 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체제의 긍정효과는 사라지고 부정효과는 증가하고 있다”며 “산업연구원 연구결과 낙수효과를 통한 협력중소기업의 수익성 효과는 크게 감소했다. 또 분업구조상 하도급이 주된 판로인 중소기업의 혁신성이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기업체제는 모방에 의존한 부가가치 창출구조에서는 유용했으나, 혁신이 성장의 중요요소로 자리잡은 상황에선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픽=조한무기자>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조 연구위원은 대기업체제로는 더이상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없어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기업 우선주의를 근본적으로 혁파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존 경제정책은 대기업 투자유인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로인해 경제질서 전반에 대기업 의존성, 대기업 우선주의가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경제정책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다. 조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문제는 단기간 내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경제정책 설계단계에서 중소기업 입장이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中企 양적지원→질적지원…최우선 정책과제 ‘경쟁정책’

조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정책을 양적지원에서 질적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에 대한 수직적이고 보완적인 관계가 중소기업 생존과 성장에 필연적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이를 전제로 한 양적 목표를 강조한 기존 정책이 혁신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임금·지대 등 요소비용 우위에 기반한 기존 성장방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질적 고도화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연구위원은 “금융지원, 정부의 직접지원에서 벗어나 정보제공·학습·자문·중개·사회적 네트워크 확충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연구원이 22일 개최한 ‘혁신성장과 새로운 산업정책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조영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정책 설계단계에서 중소기업 입장이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 조 연구위원은 ‘경쟁정책’을 꼽았다. “그간 중소기업 정책에서 가장 공백이 큰 영역중 하나가 경쟁정책”이라며 “이로인해 대기업의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을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유지하는 왜곡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겪는 불합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조 연구위원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시장지배력 남용문제나 기술탈취와 같은 혁신성과 전취문제는 여타 기업의 시장진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며 “사안별 피해기업의 손실을 보상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되며, 시장질서의 중대한 왜곡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쟁정책 실천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간 긴밀한 협업도 강조했다.

약자 배려 차원 정책에서 벗어나 지원정책 ‘선택과 집중’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선택과 집중’을 지향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했다. 조 연구위원은 “기존 중소기업 정책은 예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상위와 최하위 중소기업군을 모두 포괄하는 등 정책대상이 과도해 효과가 부족하다”며 “약자 배려 차원의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경제 기여도에 걸맞은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공정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시장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기술개발 정책 전환도 제안했다. 그는 “개별 기업에 대한 비용보조라는 기존 기술개발 지원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이 주체가 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간 연계를 위한 네트워크 확충이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출연연구소의 임무와 역할을 중소기업 혁신에 맞춰, 중소기업 친화적인 중간조직을 확대할 것도 요구했다. 조 연구위원은 “새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예산 증대 노력도 중소기업 혁신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