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은 남녀 대립을 만드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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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미투운동’은 남녀 대립을 만드는게 아니다 성폭력은 인권침해의 문제…상대에 대한 배려·존중·예의 있어야

기사입력2018-02-28 12:1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 방송, 증권가, 언론사까지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죄의식도 문제의식도 없이 만연해 있던, 힘과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자행해 온 모든 이들의 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그것이 성적 모욕의 말이라는 것도 몰랐던 초등학교 시절,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성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했던 어느 남교사나,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제자들 앞에서도 음담패설을 일삼았던 중학교 체육 교사, 귀여워한다는 명목으로 불쾌한 신체 접촉을 했던 학창시절 교사들에 대한 기억은 요즘 터져나오는 범죄에 비하면 소소하게마저 느껴진다. 대학을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채 지나쳐버린 숱한 성추행과 성희롱들은 그저 일상처럼 만연해 있었다.

이미 수년 전의 일이지만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미투운동에 나서는 이들은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외쳤던, 혹은 누군가에게 청했지만 외면당했던 도움의 요청을 이 사회에 던지고 있다. 마음을 지배하는 고통에서 헤어나도록 도와달라는 신호이자, 앞으로는 그와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혹자는 미투운동이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미투운동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투운동을 비판하는 의견 가운데 ‘미투운동 때문에 남성 혹은 특정 집단 전체가 문제있다’고 인식될 수 있다는 질문에 여성의 27.4%가, 남성의 45.7%가 동의했다. 또 ‘여성과 남성의 분열과 반목을 조장한다’는 주장에도 여성(18%)보다 남성(27.3%)이 더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투운동은 남성과 여성을 나눠 대립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남성, 여성 누구나 될 수 있다. 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은 맞지 않는다. 권력형 갑질의 한 형태로 성폭력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릇된 성인식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21만3219명의 국민이 참여한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와대 청원에 27일 청와대가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며 “여성 뿐 아니라 장애·나이·인종·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 차별, 혐오적 표현은 차별로 이어지고 극단적으로는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감수성,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인권문제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운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폭로를 고발한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격려해주고 싶다’고 응답한 여성은 78.4%, 남성은 68%였다. 법적인 처벌이 필요한 명백한 범죄행위를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성숙한 문화의 정착이 뒤따라야 한다. 성희롱·성추행·성폭력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인식을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자신은 장난으로 또는 호의로 한 행동인데 상대방이 불쾌하게 느껴 성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라고 묻는 이도 있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 배려와 존중, 예의다. 다른 남성이 내 아내에게, 내 딸에게 같은 행동을 할 때 불쾌할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당신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