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 시대’…성장보다 분배 정의를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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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3만불 시대’…성장보다 분배 정의를 우선해야 소득주도 성장 첫걸음…1인당 실질적인 소득 3000만원 되도록

기사입력2018-03-30 18:07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불 시대’가 바짝 눈앞에 다가왔다. 2만불 달성 후 12년 만의 일이다. 2017년 3만불 소득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사드배치에 따른 관광객 급감, 북한 리스크로 인한 환율 문제 등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9745달러에 머물렀다. 올해 하반기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3만불 달성이 무난하다는게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몇년째 3만불 달성에 기대를 걸었던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국민소득을 왜 달러로 발표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3만달러면 원화로 환산해서 3000만원 정도 된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기에 노동자의 임금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의 평균이다. 4인가족이면 12만달러 즉 1억2000만원이 한 가구의 평균소득인 셈이다. 예상하지 못한 큰 금액이라는 괴리감이 생기는 이유는, 이 안에는 가계뿐만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벌어들인 소득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국민소득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환산해보면, 국민소득과 실질소득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점이다. 3만불 시대라지만 1인당 3000만원은 고사하고, 가계 구성원 모두의 소득이 3000만원도 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평균은 왜곡이나 다름없다. 99%을 가진 1%의 부자들과 1%를 가진 99% 서민들이 만들어낸 평균소득, 그래서 국민소득 3만불이 된다는 소식에도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3만불 달성이 나의 소득을 높여주고, 삶을 바꿔 준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돈 잔치에 서글픈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만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3만불 시대, 팡파르를 울리기엔 아직 이르다.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불 시대’라지만 1인당 3000만원은 고사하고, 가계 구성원 모두의 소득이 3000만원도 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중기이코노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경제에도 예전에 보지 못한 활력이 돈다.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무역마찰도 풀렸다.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큰 파열음 없이 수습국면에 들어섰다. 기업의 수출도 호조세다. 비정상적으로 치솟던 부동산 광풍도 멈춘 모양새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량해고로 이어지고, 영세한 자영업자 줄도산으로 이어지리라는 예견도 너무 엇나간 억측이었다. 딱히 위기의 조짐이 보이거나, 크게 나빠질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힘들어 한다. 청년들도 일자리가 없어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뀌었지만 서민의 방바닥은 여전히 냉골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더디고, 시장의 경기는 좋아진 것만큼 살아나지 않는다. 경제적 불평등의 구조가 너무 강고해, 경제가 살아나면 기업과 부자들이 돈을 벌고,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서민들이 허리띠부터 졸라매는 악순환이 여전히 반복된다. 경기지표가 호전돼도 어렵고,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 더 힘들어 지는게 서민의 삶이다. 국민총소득 3만불 달성만으로 국민들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소리다.

기업이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부자들이 부를 독식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정규직 또는 저임금노동자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1인당 국민총소득이 높다고 자랑할 것이 못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3만불 시대에, 대부분의 국민 개개인이 실질적으로 3000만원 소득을 향유케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성장론, 바른 길이나 아직 효과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여전히 부의 대부분을 기업과 부자들이 독점하는 세상이다. 성장보다 분배의 정의를 우선해야 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불시대, 대부분의 국민은 그 의미조차 모르고 산다. 국민 개개인 모두의 연간 평균소득이 ‘3000만원’이 돼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강제할 방법을 찾는 것,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