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만이 재벌가 소시오패스 범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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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재벌개혁만이 재벌가 소시오패스 범죄 막는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탈법적인 부·경영권 세습 끊어야

기사입력2018-04-21 12:1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3남매 ‘갑질’에 이어 이들 남매의 모친 이명희씨의 욕설·폭행 그리고 이젠 한진일가의 ‘밀수의혹’까지 더해졌다. 재벌가의 갑질행렬에 뒤질세라, CJ 파워캐스트 이재환 대표의 ‘요강청소’ 갑질도 수면 위에 올랐다. 이재환 대표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동생이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용인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폭등한 배경에, 관계기관에 대한 청탁 또는 압력이 있었는지 검찰수사를 의뢰했다고 19일 밝혔다. 양사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이 유리하도록, 공시지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 자산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는 말이다. 당시 제일모직 소유 에버랜드 표준지가 1곳에서 7곳으로 늘어나면서, 6개 표준지의 ㎡ 당 공시지가는 2014년 8만5000원에서 40만원으로 최대 370%까지 폭등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다.

연이은 재벌가 2세 주로 3세·4세의 갑질을 얘기하면서, 외관이 다른 삼성 ‘에버랜드 사건’을 거론한 이유는 양자가 동전의 앞뒷면이기 때문이다. 셀 수없이 많은 재벌일가의 갑질을 하나하나 분석하지 않았음에도 감으로 말하면, 3세·4세의 갑질은 반사회적인 폭행·폭언 등 잡범 수준이다. 재벌가 2세의 범죄유형이 주로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경제범죄가 많았다면, 3세·4세로 내려가면서 ‘소시오패스’ 증상까지 의심된다는 말이다.

이들 재벌가 3세·4세가 영화에서나 볼법한 극단적인 범죄행위를 거리낌도 없이 행하는 이유는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를 한 움큼 이상 쥐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천민자본주의 극단에 선 한국사회, 재벌가 3세·4세가 ‘현실 리그’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재벌가 리그’에서만 생활, 이른바 ‘보통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않아서다. 실정법이 존재하기에 그냥그냥 봐주고 있을뿐, 이들 재벌가 3세·4세의 본심엔 ‘보통사람=천민’이란 인식이 지배한다.

재벌 2세를 포함 3세·4세만 입장이 가능한 ‘재벌가 리그’ 유지비용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그 자금출처의 일단을 드러낸게, 앞서 말한 삼성 ‘에버랜드 사건’이다. 삼성전자 주식이 단 한주도 없었던,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주인’이 됐다. 양사 합병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수십·수백억의 뇌물을 바치고, 국민연금까지 동원했다. 이것도 모자라 에버랜드 공시지가를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늘렸고, 그것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혹이 ‘에버랜드 사건’이다.

지난 2월5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한진일가 3남매 역시 구체적인 사정은 다르지만, 삼성전자 이 부회장과 판박이 방식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지금의 그 자리에 있다.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 등 계열사에 출자해 최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하고, 삼성그룹 전체의 일감을 사실상 독점함으로써 돈이 돈을 벌게하는 방식은 이미 ‘고전’이 됐다. 한진의 장남 조현태씨가 고전을 통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올랐고, 차녀 조현아씨가 한진관광·칼호텔 그리고 막내 조현민씨가 진에어·정석기업을 통해 같은 길을 가고 있다.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10대 또는 30대 재벌일가 모두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삼성·한진과 동일한 수법을 사용한다는건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경제민주화란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고, 재벌가 후손의 소시오패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재벌개혁은 불가피하다.

재벌총수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자유경쟁 시장질서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3세·4세로의 경영권 승계는 불가능했다. 50% 수준의 상속·증여세를 내고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2세까지는 몰라도 3세·4세 그 밑으로 가면 지분율상 이게 가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계열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만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세금만 제대로 걷어도 재벌개혁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에 제안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재벌개혁이 본격적으로 개시됐음을 온국민에게 알려주길 바란다. 경제민주화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는 극우정당과 쓸데없는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과 집권여당 그리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만 결단하면 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익편취 규제대상 대주주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20%로 내려라. 또 총수일가가 직접 소유한 지분율만 규제하는 방식에서,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의 간접지분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라.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벌개혁도 가능하고, 재벌 3세·4세의 눈뜨고 보지 못할 갑질 또한 막을 수 있다. 김상조 위원장만 결심하면 극우정당과 그 추종자, 재벌일가 구성원 몇몇을 제외한 우리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