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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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최저임금법 개정안,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 최저임금 해법, 재벌개혁 등 관행화된 적폐청산에서 찾아야

기사입력2018-05-28 20:1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극한의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판단되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에 취해, 오만했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확신할 수 없고 입증할만한 근거는 없지만,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아니다. 지난 촛불대선 당시 최저임금 공약도 그렇고, 대통령이 지금껏 보여줬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과 배려에 비춰보면,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안은 대통령의 철학을 담지 못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통령의 소신과 신념에 대한 배신이고, 대통령이 약속한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 결론부터 말한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공포하지 말고,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간청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5.28 민주노총 총파업대회’를 마친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사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사 앞으로 몰려와 마무리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여소야대 국면에서 집권여당이 감당해야 할 짐의 무게를 모르지 않는다. 특히 극우정당으로 치닫는 자유한국당, 對北관이 다르다지만 자유한국당과 구별이 안되는 바른미래당, 호남지역을 제외하면 존립이유조차 알 수 없는 민주평화당 때문이라 변명해선 안된다. 의회정치 없이는 개혁과제 제도화에 한계가 있고, 이들 야3당 의석수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이상이란 점을 고려해도 금도를 넘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안은 재벌과 국가를 위한 경제체제를 국민경제로 바꿔야만 하는 촛불정부의 소명을 현저하게 훼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군,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신뢰마저 저버렸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란 대통령의 공약은, 그 자체가 목표이기도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면서 수단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시대를 열기 위해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인식은 틀렸다. 조삼모사식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짓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전매특허지, 촛불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집권여당 입장이 이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을 견인해야 할 정부가 나서 중심을 잡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경제부문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김동연 부총리는 이미 여러차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해 혼란만을 가중시켰다.

당정 모두에게 엄중한 경고와 함께 상응한 책임을 묻고,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재벌대기업과 기득권층과 야합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던 박근혜 정권에 항거했던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소수 재벌과 1%도 안되는 부동산투기꾼에게서 경제권력을 회수해 국민에게 돌려주자는게 소득주도성장이다. 재벌과 국가 중심의 경제가 아닌, 국민 개개인 삶의 질을 제고하자는 발상의 전환이 소득주도성장이다. 또다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벌과 기득권층 배만 불리자는 최저임금 개악안은 그래서 폐기돼야 한다.

조급증도 버려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특히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수단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시급한 과제란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소기업 특히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지불여력은 최저임금 그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재벌기업과 극소수의 부동산투기꾼에게 쏠린 부(富)가, 영세기업·소상공인에게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제도화함으로써만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재벌기업이 독점한 경제권력을 중소기업과 나누고, 정글화된 시장을 공정한 시장으로 바꾸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재구성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출발한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담보할 제도적인 틀도 하나하나 준비되고 있다. 재벌대기업에 편향된 시장의 공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앞서 하도급법·가맹사업법·대리점법·유통업법을 정비했다. 극소수 부동산투기꾼을 근절해 서민에게 주거안정을, 상인에겐 맘편히 장사하게 해 줄 부동산 관련법·제도 역시 손을 보고 있다. 문재인케어, 아동수당 등 보수정권 9년동안 시장논리에 따라 뒷전으로 밀렸던 사회안전망도 촘촘하게 메워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이제 씨를 뿌렸을 뿐이다. 물을 주고 가꿔나가야 할 지금, 열매가 없다고 밭을 통째로 갈아엎자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억지에 정부와 여당이 부화뇌동해선 곤란하다.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 특히 지금과 같이 최저임금을 깎자는 정책으론 ‘을과 을의 전쟁’만을 부추길 뿐이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 개악안은 노동조합이란 이름으로 수용할 수도 없고, 퇴로조차 원천봉쇄했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저항은 당연하다. 국회는 2500만원 내외 저소득노동자에게 혜택을 준다지만, 궤변이어서 반박하기도 싫다.

아직 늦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대통령이 거부권를 행사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타격은 입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불가피한 결단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해법은 최저임금 이외 곳, 재벌개혁을 포함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관행화된 적폐청산에서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지 엄호할 가장 강력한 세력 또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