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했다…정의당에게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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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했다…정의당에게 배워야 6·13 선거…국민의 명령은 정치·경제·사회 개혁, 촛불혁명 완성

기사입력2018-06-14 16:2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대한 대다수 언론의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보수의 궤멸’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2016년말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의 여진이 극우세력 일부에 대해 철퇴를 가했을 뿐이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방권력은 개혁세력으로 교체됐지만, 중앙정치권엔 여전히 극우인사가 차고 넘친다.

이번 6·13지방선거의 최대 승리자는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10%에 육박하는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 4년전 지방선거에서 3.6%에 불과했던 지지율을 약 3배가량 확대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이정미(가운데)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보수궤멸이란 진단에 따라 대안으로 거론되는 보수세력 재편 역시 시기상조다. 의회권력의 절반가량을 점유한 극우세력을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보수세력 재편은 헛된 구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의 참패 원인을 당의 정체성에서 찾았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우편향적인 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해 수구적인 입장을 견지했다는 자성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재벌대기업만을 위한 경제·사회 정책을 폐기하고,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부자증세 등 ‘좌편향적인 정책’에 동의한다고 하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인 반공이란 ‘국시’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단언하지만, 이들 극우세력은 1945년 해방 이후 금과옥조로 간직했던 반북이데올로기와 친일이념을 청산하지 못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10억엔을 받고 팔아넘긴 위안부합의는 우연이 아니다. 일본제국주의 미화를 위한 국정교과서를 강행한 이들이, 지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또 “중도와 보수를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정개개편을 통한 보수세력 재편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진단은 맞지만, 해법을 엉뚱한데서 찾은 꼴이다. 오물이 덕지덕지 붙은 상수관에 맑은 물을 공급해봤자, 폐수로 변할 뿐이다. 상수관로 자체를 바꾸지 않고는, 그나마 때가 덜 묻은 중도·보수란 물마저 오염시킬 뿐이다. 극우세력이 주도하는 자유한국당이 보수세력 재편이란 미명으로 뭘 하든 관심도 없고, 말릴 생각 또한 없다. 이들이 주도하는 정개개편이 빠르면 빠를수록 극우세력의 궤멸시기는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원내 30석으로 제3당 지위를 가진 바른미래당 역시 참패했다. 자유한국당과 차별성을 주장했지만, 우편향 정책과 수구적인 대북관은 동일했다. 다른 거라고는 이명박근혜와의 물리적인 거리뿐이다. 그 마저도 도긴개긴이라는게 주권자의 판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정책중 단 한가지도 수용하지 않고, 안철수·유승민 공동대표의 사욕만을 쫒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무조건 발목을 잡았던게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이다. 이들 극우정당이 6·13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이유다.

민주평화당도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자신들에게 권력을 위임했던 국민들에 대한 존경과 겸손함은 팽개치고, 국회의원직만을 움켜쥐고자 했던 업보다. 다당제니 ‘호남의 야당’ 운운했지만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 이들이 보였던 무원칙·무소신·무개념을 낱낱이 기억한다. 대북관에서 다소 유연했지만, 우편향이란 면에선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과 동일한 행보를 걸었다. 호남에 적을 뒀다는 근거 외에는 존립이유조차 없다는게 이번 선거표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승리했나? 민주당의 압승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덕에 얻은 횡재다. 문재인 정부 1년동안 개혁과제중 입법으로 제도화된게 있다면 말해봐라. 여소야대 정치지형, 야당의 발목잡기 탓으로만 돌리기엔 너무 안일했고 무능했다. 협치를 이유로 극우·보수야당과는 타협하면서, 정작 귀 기울여야 할 노동·시민사회계와는 소통하지 않았다. 최근 서촌의 한 임차인이 ‘갓물주’의 갑질에 분노해 건물주를 폭행,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민주당의 태만과 무관하지 않다. 나아가 민주당은 최저임금법 개악을 주도해 노동·시민사회계의 등에 칼을 꼽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마저 배반했다.

민주당의 승리는 집권여당의 지난 1년간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바람이 응집된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서민대중 그리고 노동·시민사회계와 소통하란 요구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대의를 흔들림없이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란 국민들의 요구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노동·시민사회계의 요구를 수용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민주당은 정의당에게 배워야 한다. 이번 6·13지방선거의 최대 승리자는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10%에 육박하는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 4년전 지방선거에서 3.6%에 불과했던 지지율을 약 3배가량 확대했다. 정의당이 이렇듯 진보정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촛불혁명이 제기한 시대적 화두를 체득하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1년간 적폐청산과 재벌개혁, 사정기관개혁에 가장 분명한 목소리를 냈던 정치세력이 정의당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정당 또한 민주당이 아닌 정의당이다. 강조하지만 이번 6·13선거 결과 확인된 국민의 명령은 혁명에 버금가는 정치·경제·사회 개혁이다. 더 이상 이땅에 극우세력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촛불혁명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