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 입금안하고 물품수령…운송인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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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수출대금 입금안하고 물품수령…운송인 책임은 ‘입금 확인 후 B/L surrender 처리’…수출업체,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사입력2018-07-02 08:47

김범구 객원 기자 (bkk0909@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김범구 변호사(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한국무역협회 상담위원)

A는 선글라스를 제조, 수출하는 업체(한국)다. 베트남 소재기업인 B와 최고급 선글라스(5만5000 EA)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수출대금의 입금 확인 후 즉시 B/L을 surrender 처리한다’라고 합의했다.

그러나 A는 B와 합의한 대금입금 일자가 지나도 수출대금을 수령하지 못한 상황에서, B가 대금도 지불하지 않고 surrender B/L로 선글라스 5만5000 EA를 수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는 자신의 F/W(포워더:운송주선인 또는 운송인)인 C에게 “베트남의 현지 F/W(D)가 B에게 물건을 인도해 자신의 수출대금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항의를 했더니, C는 “D가 B의 수출대금 지급 없이 B/L을 surrender 처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D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C는 A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항할 수 있는가?, 또 A는 C에게 어떤 근거를 내세워 자신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B/L을 surrender 처리한다’는 의미

B/L이 전달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수출자가 수입대금의 입금을 확인하면 자신의 포워더에게 입금이 확인됐으니 수입지의 현지 포워더에게 입금증과 교환해 수입물건을 내어주라고 지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함. 즉 BL의 유통성을 상실시키는 행위.

◇문제점=은행이 지급을 보증하는 신용장의 경우, 수출자는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선적서류의 제시’를 조건으로 은행이 지급을 보증하는 구조 덕분에 수출대금의 지급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

그러나 ▲수출화물이 비교적 단기간에 도착하는 근거리 무역이며, ▲T/T(은행을 통한 전신환 송금) 거래의 경우, 수입화물이 도착하고 수출대금의 지급이 확보되면, 수출자는 B/L을 surrender 처리해 수입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문제는 수입지 현지의 F/W는 consignee(하물인수자)의 대금지급을 확인한 후에야 surrender 처리해야 하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consignee와의 친밀함 등 다양한 이유에 의해 B/L을 우선 surrender 처리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현장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자는 외국 현지의 F/W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며, 물품운송(내지 운송중개)의 계약도 자국의 F/W와 체결하는 등 외국 현지의 F/W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수출자(A)는 수입자(B)에게의 물건 운송을 위해 자신의 근처에 있는 자국 국적의 F/W(C)와 물건운송(내지 운송중개)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수입자에게의 물건 운송을 위해 외국 현지 F/W(D)와의 업무협조를 위한 동업(내지 위임) 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자국 국적의 F/W(C)이지 수출자(A)가 아니다.

운송인은 협력관계에 있는 현지 업체의 불법행위로 인해 수출업체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불법행위 업체와 업무협조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주체이고, 수출업체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규정=우리 상법 제115조는 운송주선인의 책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운송주선인은 자기나 그 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 인도, 보관, 운송인이나 다른 운송주선인의 선택 기타 운송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즉 ①A와 B 사이의 수출입계약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서 C와 D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A와 B의 이익을 위한 행동의 의무가 있으며, ②A와 운송계약 등을 체결한 주체는 C이지 D가 아니다.

◇판례=이와 같은 상황을 직접적으로 규율한 법원 판례의 존재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운송주선인은 위탁자를 위하여 물건운송계약을 체결할 것 등의 위탁을 인수하는 것을 본래적인 영업의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나…” 등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수출자와 운송주선계약을 체결한 운송주선인은 수출자를 위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고 볼 것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8. 30. 선고 2013고정856 판결).

◇결과 및 시사점=이 사안에서 운송인 C는 자신이 사용(내지 협력)하는 D의 불법행위로 인해 A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다. D와 업무협조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C이며, C는 A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D와 공동으로 손해배상의 책임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