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시대, 상(商) 왕조의 몰락과 商人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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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청동기시대, 상(商) 왕조의 몰락과 商人의 탄생 이동하면서 장사하는 자, 상인 vs 한곳에서 장사하는 자, 고인(賈人)

기사입력2018-07-17 13:19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인류가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인류문명사는 석기시대와 철기시대로 나눌 수 있다. 600만년 전 인류가 탄생해 400만년 동안은 침팬지와 별다른 차이없이 살다, 200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는 깨뜨린 돌로 된 도구를 사용했던 때를 구석기시대라 한다. 이후 약 5000여년 전까지는 돌을 갈아 사용하며 살았던 때를 신석기시대라고 한다. 이때까지는 인류에게 문명이라고 내세울 만한게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인류가 청동기를 처음 사용하면서 문명이라고 할 만한 발전이 시작됐다. 이어 이집트·인더스·중국의 황하에서도 청동기시대가 열리면서, 인류는 세련된 문명의 시대를 열어갔다. 그래서 이들 지역을 인류 ‘4대문명의 탄생지’라 한다.

다 같이 일하고 먹고 마시던 원시공산사회에서, 이제는 누가 다른 누구를 지배하는 계급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때 인류가 청동기 도구와 함께 문자(文字)를 고안해 쓰기 시작하면서, 인류문명의 발전은 가속도를 낼 수 있었다.

기원전 2070년 즈음 중국에 최초 왕조로 알려진 하(夏)나라가 들어섰다지만, 아직까지 하 왕조 존재를 증명할 구체적인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 해서 이 시기에 정말 왕조가 시작됐고, 청동기를 사용했는지 의심하는 학자들이 많다.

하나라 이후 대략 기원전 1600년부터 기원전 1043년까지 지속됐던 왕조가 상(商)나라다. 오늘날 중국 하남성(河南省) 안양(安陽) 지역에서, 상나라 후기 유물인 청동기가 발견되면서 상 왕조의 존재가 확인됐다. 오늘날 중국 한자(漢字)의 원형인 갑골문자(甲骨文字)가 발견된 지역도 하남성 안양이다.

이 시기에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사회가 등장했고, 청동기를 사용하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는 부족국가가 출현했다. 다만 지배자는 도시 규모의 부족사회를 이끄는 권력자 수준이었으며, 자신의 권력이 하늘로부터 나왔다 해서 천자(天子)라고도 했다. 이 시대는 하늘을 신성시해, 청동기 제사용품으로 늘 제사를 올리며 정치를 하는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였다. 이때 하늘로부터 절대권력을 부여받았다며 나타난 이들을 왕(王)이라 했다. 그렇지만 이때의 왕은 훨씬 이후 나타나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그런 지배자는 아니었다.

당시 중국인들은 왕을 어찌 여겼을까? 흔히 王(왕)자는 ‘三 +丨’의 형태, 삼(三)은 하늘·사람·땅을 상징하는 삼재(三才)를 말하며, 이것을 쭉 이은 세로획은 사람이란 뜻이다. 온 세상을 하나의 세로획으로 연결했으니, 곧 왕은 바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세상을 꿰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렇듯 왕이란 하늘의 뜻을 세상에 펴는 사람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임금 왕(王)자의 원형. 도끼를 그린 것이다.<출처=한자연변오백례, 제공=문승용 박사>

이러한 왕(王)자 풀이는 참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것은 왕(王)의 본래 뜻이 아니다. 당시 쓰던 한자원형인 갑골문자(甲骨文字)를 살펴보면, 왕(王)자는 도끼모습을 본뜬 글자다. 왕과 도끼라니, 어째 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도끼는 곧 권력을 상징한다. 하늘과 땅, 인간세상을 꿰는 존재라는 풀이는 왕이란 존재를 후대에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일 뿐이다. 왕은 당시 가장 힘이 센 자로서, 권력자들에게만 허락된 최신무기 청동도끼를 가진 사람이란 의미다.

오늘날 사극드라마에서 매우 화려한 곤룡포를 입은 왕이나 황제를 볼 수 있다. 화려함의 극치라 할 정도로 번쩍번쩍해 왕의 권위를 내세우고 있지만, 곤룡포의 본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곤룡포에는 해와 달이나, 용 같이 왕이나 황제를 의미하는 문양이 새겨진다. 그 가운데 꼭 빠지지 말아야 할 문양이 자루없는 도끼의 날을 그린 보불(黼黻)무늬다. 보불무늬는 도끼모양의 수(繡)를 놓은 문양이다. 임금이 입는 옷에 웬 도끼무늬를 그려 수를 놓았을까싶지만, 전통적으로 도끼는 왕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도끼가 권력을 상징하니, 최고의 권력자는 당연히 왕이다.

그런데 어째서 도끼 전체를 수놓지 않고, 자루를 뺀 채 도끼의 날만 새겨 넣은 것일까? 그것은 왕이 도끼와 같은 권위는 가졌지만, 그것을 실제로 백성들에게 행사하지 않겠다는 자애로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렇듯 중국 청동기시대에 청동기 도끼를 든 왕(王)이 나타나 왕조시대를 열었는데, 왕조가 운명을 다하고 새로운 왕조인 주(周)나라가 들어서면서 상인(商人)이 탄생하게 됐다. 왕조의 교체기에 어째서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상인이 나타났다고 하는지 좀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중국 소흥 우왕기념관, 임금의 곤룡포에 왕을 상징하는 도끼 문양이 새겨놓았다.<사진=문승용 박사>

중국에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생기고, 그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있었을 것이다. 고대 중국 신화전설에 신농씨(神農氏)라는 이가 의약(醫藥)·쟁기·보습·도기(陶器)·활 등을 발명했고, 처음으로 시장을 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화전설이고, 실제 시장이 처음 생기고 상인이 생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농작물을 재배할 수는 없다. 신석기시대 농경이 시작되면서부터 자신에게 남은 잉여생산물을 필요한 물품으로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장이 만들어졌다. 시장형성과 함께 전적으로 물건을 팔아 이윤내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들을 상인(商人)이라 했다.

상인은 바로 상(商)나라 사람이라는 뜻이다. 상나라가 망하고 주나라 왕조로 교체되면서 주나라 왕실은 이전 왕조의 후예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려고 했다. 이들이 살아 있다는게 새로운 왕조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마치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면서 고려 왕족인 왕(王)씨들을 씨를 말리듯이 죽였기 때문에, 지금 우리 주변에 왕씨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이유와 유사하다.

망한 상나라 왕족들은 한 군데 정착해 농사를 지으며 편히 살수 없었으니, 먹고살기 위해서는 장사라도 해야 할 형편이었다. 이런 이유로 여기저기 도망다니면서, 장사하며 살았던 사람들을 상나라 왕족 후예인 상인이라 했다는 것이다. 본래 한자로는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장사하는 이들을 상인이라 하고, 한곳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는 사람을 고인(賈人)이라 한다. 이후 시대에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상인을 천시한 이유가, 이처럼 망한 왕조의 후예라서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