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입증책임, 대기업으로 명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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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일감몰아주기 입증책임, 대기업으로 명시해야 한진그룹 부당내부거래…법원, 공정위에 ‘부당성 요건’ 입증 요구

기사입력2018-07-20 18:4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업집단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는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박탈하고, 일감을 주는 기업과 그 기업의 주주의 손실을 야기하고, 경영권승계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 사익편취를 근절해야할 적폐로 규정하는 이유다.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에 구멍이 뚫여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는 대기업집단내 기업은 총수일가가 일정비율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과 거래할 때 정상거래보다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거나, 거래조건 등에 대한 고려없이 상당규모 일감을 줄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부당성 입증 쉽지 않아 실효성 낮아

문제는 ‘부당한 이익제공’이라는 문구인데, 부당성을 입증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 간 거래다. 2016년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한진그룹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들 3개기업에 과징금 총 14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싸이버스카이에 기내 면세품 구매예약 웹싸이트 운영을 위탁하면서 광고수익 전부를 몰아주고, 계약상 지급받기로 한 통신판매 수수료를 이유없이 면제한게 부당한 이익제공이라고 판단했다.

유니컨버스의 경우 대항항공이 콜센터 운영을 위탁하면서 유지보수비 등을 과다하게 지급한 사실이 부당한 이익제공에 해당한다고 봤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 모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가족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법원, 공정위에 부당성요건(공정거래 제한성) 입증 요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들 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부당 이익 제공에 해당하려면 비슷한 거래를 통해 정상가격을 가늠하고, 거래의 성질, 취득한 이익의 규모, 거래의 동기 등에 비춰 사익을 챙기기 위한 경제력 집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를 기초로 판단해야 하며 이를 입증하는 것은 공정위의 책임”이라며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싸이버스카이나 유니컨버스에 귀속된 이익이 부당이익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진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부당한 이익 제공을 위법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당성 요건(공정거래 저해성)을 공정위가 입증하라고 했다. 이와관련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부당성 요건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부정적인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8월 예정된 전면개정안까지 시간이 많지 않고, 관련된 확정판결이 없는 상황에서 부당성 요건에 대한 제도개선은 시기상조라는 사정이 반영된 의견이다.

일감몰아주기 발생하면, 대기업이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

반면 부당성 요건과 관련 확정판결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져온다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명확한 기준을 입법으로 정함으로써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도 “대한항공 싸이버스카이 고법판결은 부당성을 별도요건으로 보고 공정위에 입증책임을 요구했는데, ‘정당한 이유없이’ 문구를 도입해 입증책임을 공정위가 아닌 해당기업에서 부담시키는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 김경만 본부장도 “부당한 이익을 입증하기 어려워 규제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발생사실을 입증하면 원칙적으로 불법요건에 해당하고, 해당대기업이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