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민주주의…노동자의 경영참여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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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직장 민주주의…노동자의 경영참여 불가능한가 사외이사 근로자대표 선임 추진…故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며

기사입력2018-07-27 10:08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넌센스 퀴즈 하나. 직장인들은 언제 출근하기 싫을까? 응답 1위는 “그냥 매일”이라고 한다.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들은 매일 아침 출근 전쟁을 치르고, 열심히 일하다, 저녁에 돌아온다.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싶기도 한다. 즐겁게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 직장 상사가 갈구지만 않으면, 동료들과 팀워크가 잘 되면, 출근도 할 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냥’ 꾸역꾸역 일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해야 할 일’은 누가 정하나. 상급자다. 위로 올라가다보면 결국 ‘사장님’이 정한다. 내가 일하는 회사의 경영은 사장님 몫이다. 말단 사원이 회사 경영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과장급은 중간 위치에서 부하 직원 잘 이끌고 상급자 비위를 잘 맞추면 된다. 부장급은 자기가 맡은 부서의 실적을 고민하면서, 임원 승진을 위해 사장님 심기를 잘 살핀다. 임원부터는 처지가 좀 다르다. 회사의 상황을 고민하면서 사장님을 잘 보필해야 한다. 사장님은 최종적으로 결정을 한다. 우리는 수직적 위계질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각자의 계급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고. 사장님이 회사 경영을 잘 할 거라고. 그런데 정말 그런가?

사장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나 롯데 신동빈 회장처럼 뇌물을 갖다 바쳐도 상관없는가? 현대 정몽구 회장이나 SK 최태원 회장처럼 회사 돈을 횡령해도 상관없는가? 한진 조양호 회장처럼 일가가 통째로 횡포를 부려도 상관없는가?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처럼 성추행을 일삼아도 상관없는가? 사장이 노조파괴 공작을 벌이고, 산업재해를 당해도 외면하더라도,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는 사장이 뭘 하든 월급만 제때 주면 상관없는가?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위폐와 영정이 운구행렬로 옮겨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현행 상법은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사 내부의 논의과정을 통해 대표이사를 견제하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사장을 견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표이사 견제를 위해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됐지만 무용지물이다. 대표이사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뽑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외이사는 회사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기에 안건이 올라와도 그냥 대충 넘어가게 된다.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은 상법개정안(의안번호:2002091)을 발의했다. 그 중 “사외이사 중 1인을 근로자대표가 추천한 인물로 선임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경영참가를 보장하고, 기업에 대한 준법감시를 강화함(안 제542조의8)”이란 내용이 있다.

대표이사가 뇌물을 주지 못하게, 성추행을 하지 못하게,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하려면, 노동자를 대변하는 사람 1명 정도는 이사회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사장만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경영에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더라도,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교환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내규와 분위기가 형성되고, 사장은 보스가 아니라 리더가 되어가며, 우리는 점점 더 일할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