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입점단계별 맞춤형 규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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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복합쇼핑몰, 입점단계별 맞춤형 규제 필요하다 도시계획시 입점 가능·불가능 지역 정해야…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기사입력2018-10-26 11:2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용도지역 제한없이 대형유통업체가 복합쇼핑몰을 공격적으로 출점, 주변상권을 붕괴시킨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외식·생활·리빙·놀이시설 등 전문매장을 갖춘 체험형·몰형 복합쇼핑몰이 다양해진 소비자욕구와 맞아떨어지면, 복합쇼핑몰 주변을 넘어 원거리지역 상권마저 빠르게 흡수하는 상황이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특단의 규제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골목상권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파급력 큰 복합쇼핑몰:내몰림 효과와 빨대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몰 수원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 대구점, 스타필드 하남점 인근 상권에서 ‘내몰림 현상’과 ‘빨대효과’가 발생했다.

내몰림 효과는 복합쇼핑몰 근거리에 프랜차이즈형, 고급형 점포들이 새롭게 입점하면서 기존 소상공인들이 폐업하는 상황을 말한다. 빨대효과는 소비자가 복합쇼핑몰과 인근점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원거리상권의 매출감소세가 두드러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복합쇼핑몰 입점으로 반경 10㎞이내 근거리·원거리 소상공인 모두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복합쇼핑몰 입점과 운영에 대한 규정 강화돼야

이에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정부에게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유통업 입점·운영에 대한 규제 강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에 제안한 10대 입법과제에는 ‘유통재벌 규제와 서비스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 포함돼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부의 유통산업 발전정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유통업체 유치정책에 힘입어 복합쇼핑몰은 빠르게 성장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복합쇼핑몰은 용역제공 장소를 제외한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이상인 점포집단이다. 쇼핑·오락·업무 기능이 한 곳에 집적돼 문화·관광 시설 역할을 하며, 1개 업체가 관리·운영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100여개의 점포집단이 복합쇼핑몰로 분류되며, 이 중 신세계·롯데·현대 등 유통3사가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이 절반(47%)이다.

입점단계별 맞춤형 규제 필요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복합쇼핑몰 규제를 입점단계에 맞춰 ▲사전 입지단계 ▲건설·등록단계 ▲영업단계 별로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전 입지단계 규제=유통산업발전법상 도시계획단계에서 사전 규제방안은 없다. 따라서 도시관리계획단계에서부터 복합쇼핑몰 입지를 규제해, 입점 가능·불가능 지역으로 구분해야 한다.

특히 복합쇼핑몰 출점에 따른 피해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도심지역 출점을 금지하고 교외지역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에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을 신설, ‘초대규모점포’ 출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복합쇼핑몰 사업주체가 등록단계에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는 상권영향평가서를 건축단계에 내도록 해, 복합쇼핑몰 입점에 따른 골목상권 피해를 사전에 점검·예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건설·등록단계 규제=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에 따르면 대규모점포를 출점하기 위해서는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의 작성주체는 사업주체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사업자가 작성해 제출한 내용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대·중소유통업 상생협력을 위한 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영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사업주체가 아닌 해당지방자치단체가 상권영향평가를 하고 ‘독립된 제3 기관’의 검증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상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하도록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사업자가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전문기관과 협의해 검증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복합쇼핑몰 출점을 기존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 무분별한 개점을 막아야 한다는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주장이다.

◇영업단계 규제=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도 제한할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요구는 복합쇼핑몰에 대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 적용이다.

시민사회와 중소상인, 노동자 단체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건강권 보장 및 중소상인 상생을 위한 대규모점포 의무휴업 확대 적용, 편의점 등 가맹점 자율영업 허용’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슈 중 하나는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도심내 진출을 규제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에 복합 쇼핑몰이 이미 100여개 들어섰지만,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복합쇼핑몰 출범을 준비중인 대형유통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김주호 팀장은 “올해 2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에서는 365일 영업을 강요당했던 아동복 브랜드 점주가 매출부진과 과로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지역상권과의 상생을 위해 백화점·면세점·복합쇼핑몰 등에도 의무휴업제를 적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