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유전무죄’ 2심판결을 바로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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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이재용 재판, ‘유전무죄’ 2심판결을 바로 잡아라 “국정농단·정경유착의 불운한 역사의 재발·반복, 대법원이 막아야”

기사입력2019-04-26 18:0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 대통령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공범으로 지목돼 대법원 판결을 목전에 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치명적인 악재를 만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사들에게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및 집행정지 재판 과정에서 거짓진술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회계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가치를 4조5000억원이상 부풀렸다. 2015년 당시 삼정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 회계감사 업무를 맡았고, 안진회계법인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에피스 기업가치 뻥튀기 의혹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줄곧 회계법인 조언에 따른 정상적인 회계처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했다는 회계사들의 진술내용은 삼성바이오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기획한 분식회계를 적법하게 포장하기 위해 회계법인을 방패로 삼았다는 진술이다. 검찰수사에 앞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조사했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결론, ‘삼성바이오의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이와관련 삼성그룹은 검찰의 공식발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삼성그룹 경영권을 통째로 승계할 수 있었던 비밀을 설명해주는 단초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자회사가 삼성바이오다. 그리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린 다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했다.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함으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대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다. 그러나 분식회계 여부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부회장 사건에서 유죄여부를 다투는 스모킹 건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사실로 확인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이 문제되고, 이는 삼성그룹 내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됐다는 추론을 입증할 정황이 되기 때문이다.

징역 5년에 실형을 받았던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형량이 줄고 구속 352일만에 풀려날 수 있었던 이유는, 재판부가 삼성그룹 내 경영승계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영승계 현안이 없으니, 전 대통령 박근혜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암묵적으로 경영승계를 청탁할 이유가 없다는 법리였다.

그런데 검찰이 확보한 삼정·안진 회계법인 회계사들의 진술로 항소심 재판부의 법리에 구멍이 뚫렸다. 조만간 예정된 대법원 판결이 항소심을 뒤집을 것이란 전망은 그래서 설득력을 가진다. 항소심 판결이 파기환송 될 것이란 예상은,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나온 당일부터 법조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전 대통령 박근혜와 최순실 재판 1·2심 모두, 경영권승계 청탁과 함께 뇌물이 오간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 항소심 파기환송설의 근거다. 이외에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 홍환선 전 기금운영본부장에 대한 1·2심 재판부도 삼성그룹 내 경영승계 현안이 있음을 긍정했다.

이렇게 보면 이재용 부회장에게 1심 형량을 깎아주고, 집행유예 선물까지 선사한 2심은 특이한 케이스다.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판단에 뒤늦게 토를 달고 싶지 않지만,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지난 2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는 ‘박근혜·이재용 뇌물 등 사건에 관한 법률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의견서를 통해 이들 단체는 “이 사건의 실제 모습은 최고층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이 결탁한 ‘정경유착’ 범죄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은 소위 ‘재벌 3·5법칙(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재벌총수의 ‘유전무죄’를 위해 온갖 어불성설의 논리를 동원한 최악의 판결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2심 재판부의 그릇된 판결을 바로잡아,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불운한 역사의 재발과 반복을 막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촉구했다.

정경유착의 범죄를 단죄하고, 헌법이 보장한 법 앞에 평등이 구현되는 사회를 만들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양승태 대법원이 남긴 재판거래 등 적폐, 최소한 현재 대법원 울타리 내에서는 청산됐음을 입증하는 판결을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