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反인권·反노동’ 인식, 극단적 국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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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황교안 ‘反인권·反노동’ 인식, 극단적 국가주의 외국인노동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지목…파시스트나 할 ‘짓’

기사입력2019-06-20 10: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말에는 반인권적·반노동적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게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난하면서, 기껏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정책으로 경제인들의 표를 얻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부산 중구 비프광장을 방문,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지만, 이는 엄연한 차별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국적을 이유로 한 임금차별을 금지했고,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역시 같은 내용의 차별금지 조항이 있다. 수권정당을 꿈꾸는 제1야당의 대표가 근로기준법과 ILO 협약에 정한 차별금지 조항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차별 발언을 한 이유, 노동을 저임금에 묶어 놓고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를 위한 일이라고, 국가경제를 위한 고언이라고, 말 같지도 않는 궤변이다.

외국인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최저임금으로 고용되고 있고, 우리나라 임금체계에서 가장 낮은 단계다. 이들의 법정최저임금이 허물어지면 그에 따른 피해와 혼란은 외국인노동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저렴한 외국인노동자로 채워진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아르바이트생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외국인노동자가 강요받은 저임금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황교안 대표의 말에 기업들은 웃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비정규직·정규직 순으로 임금이 하향 조정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의 발언이 우리나라 노동자를 위한 것도, 국가경제를 위한 것도 아니라는 건 이런 이유다.

외국인노동자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바가 없다는 주장은 극단적 국가주의를 드러낸 발언이다. 외국인노동자가 우리나라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은 현실을 반영한 발언이더라도, 외국인노동자에게 화살을 돌려서 될 일이 아니다.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온 것은 기업의 요구였고, 이를 결정한 건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 때문에 우리나라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말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편의점 폐업이 속출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은 웃고 저임금노동자나 영세자영업자는 울 수밖에 없고, 그게 당연하다는 억지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길만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가짜뉴스를 만들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게 자유한국당이다.

외국노동자와 우리나라 저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 차별이 법제화되면 일자리 쏠림 현상은 더 커질 것이고,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정치인으로 자질이 없다. 외국인, 인종 차별을 부추기고 극단적인 국가주의를 내세워 끝내는 파멸로 갔던 예는 근대사에서 흔한 일이다. 국민경제를 어렵게 만든 기업의 손쉬운 해고와 저임금 구조는 언급하지 않고, 최저임금 바닥에 있는 외국인노동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건 과거 파시스트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황교안 대표는 자유한국당 내에서 막말이 쏟아지고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결연한 각오로 읍참마속의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경고가 무색하게 막말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로서 위엄이 서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스스로 막말이라도 불릴만한 거친 표현을 연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게 없다’는 그의 발언은 ‘달창’ ‘걸레질’과 다를 바 없는 막말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