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대기업 독과점 막지 못해 소비자피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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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재벌대기업 독과점 막지 못해 소비자피해 반복 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로 소비자 피해 구제해야

기사입력2020-05-02 1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10대 중요 개혁과제

중기이코노미는 출범 3년차인 문재인 정부에서 뚜렷한 추진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재벌개혁과제와 경제민주화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가 제안한 10대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싣는 순서-

1. 독과점시장에 대한 구조개선 명령제 도입

2. 손자회사 규제 등 지주회사의 경제력집중 억제

3.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도구 공익재단·금융계열사·자사주 등 규제

<上>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탈법행위에 악용 차단

<下>재벌기업집단 금융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제한 강화

4.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편법 경영권승계수단 ‘일감몰아주기’ 규제

5. 독립적 이사의 선출을 통한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와 지배구조 개혁

6. 중소기업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권 강화

<上>가맹점·대리점 단체 교섭권 현실화

<下>이익공유제의 실현

7. 하도급과 가맹·대리·유통에서의 ‘갑질’ 불공정행위 근절

<上>전속거래구조탈피·공동협업

<下>거래상지위남용 행위 근절

8. 소상공인 적합업종과 골목상권 보호 및 소상공인 협업 강화

<上>소상공인·중소기업 적합업종

<下>복합쇼핑몰 등 초대규모 유통점 진출규제

9. 소비자 구제와 불법행위 견제를 위한 집단소송과 징벌손배 도입

10.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및 검찰 지자체 등과의 협력행정 강화

국내에서는 통신·영화·전자·유류·자동차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상품과 용역 시장을 2~4개의 재벌대기업이 과점형태로 지배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나 가격 등의 담합행위, 허위·과장 등으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일상화됐고, 소비자 피해가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는 예를들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등 소비자 피해구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BMW가 2017년에만 수십만 대의 리콜을 시행했지만, 한국에서는 리콜을 미루다 국토교통부가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는 2018년 7월에서야 관련부품 교체를 시작했다”며, “한국에서는 하자발생시 즉시 리콜을 해주는 것과, 하자를 인정 안하고 장기간 소송 끝에 손해배상을 해주는 것이 손해배상액에서 차이가 없어, 제조물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하자를 시인하거나 리콜을 해줄 동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재벌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담합행위, 허위·과장 광고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집단적으로 피해구제를 하거나 교섭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 고의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이를 예방해야 한다.

소비자의 집단적 피해구제 수단인 집단소송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 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질환 피해 인정 ▲판정기준·피해단계 구분 철폐 ▲대통령 면담 등을 공식 요청했다. <사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집단소송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의 대표자가 집단구성원 전체를 위해 일괄해 제소하고, 전체의 권리를 한꺼번에 실현시키는 소송형태를 말한다.

소비자들이 사업자로부터 입은 소액·다수의 피해는 소송비용 등의 부담으로 소송을 통해 구제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누적된다. 그동안 공정거래 관련 집단소송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 왔지만, 기존 법체제에 반한다는 이유로 도입이 무산되곤 했다.

기업들은 소송 대응에 대한 부담,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주가 하락, 집단소송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남소 가능성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한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 라돈 침대 사태, BMW 화재 사건 등 집단적 피해사건이 반복되면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자는 국민의 요구는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10여개 발의된 상태다.

경실련은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피해를 신속하고 구제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개별소송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문제를 유발하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결함상품 출시에 따른 리스크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증권분야에만 적용되는 집단소송법의 적용범위를 집단적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환경·노동·행정서비스 분야, 나아가 약관·의료·자동차·공동주택 등의 소비자 분야에도 폭넓게 적용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증권분야 집단소송법은 소송요건이 까다롭고 활용률이 낮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입증책임을 사업자에게 전환하는 방안도 도입해야한다.

20대 국회에도 이미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고, 지난해 9월 정부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집단소송제 개선방안을 마련한 만큼, 국회의 빠른 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한없는 징벌적손해배상으로 기업책임 강화해야

700여명이 넘는 사망자와 2만1000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남긴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여기에 발암물질 생리대 파동, 라돈 침대 문제 등 소비자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취지는 가해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피해를 입힌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해, 불법행위를 사전에 제재하거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조물책임법’ 등에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의 제한적인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적용요건이 제한적이고 배상액도 손해액의 3배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많다.

이에따라 보다 넓은 범위에서 한도를 정하지 않는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도한 징벌배상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실손해액이 적은 경우, 가해자 입장에서는 몇 배의 징벌배상을 명하더라도 그리 큰 금액이 아니어서,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 재판실무에 비춰 볼 때, 법원이 과도한 징벌배상액을 정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러 건의 징벌적손해배상 관련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특히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으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016년 8월 발의한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은 상한이 없는 징벌적배상책임을 규정했다.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타인의 생명·신체에 피해를 끼친 경우 징벌적배상책임을 지우고, 그 배상액의 상한을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은 불법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것이 박주민 의원 발의안의 취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