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의사는 ‘어진 마음’에 ‘어진 의술’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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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참 의사는 ‘어진 마음’에 ‘어진 의술’을 펴야 한다 의사(醫師)에 ‘사(士)’가 아닌 ‘스승 사(師)’가 왜 붙었는지 돌아보라

기사입력2020-09-07 15:00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중국 서안에는 의성(醫聖)으로 알려진 편작(扁鵲)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그는 BC 5세기 때 사람으로 그때까지 이어오던 무술(巫術)과 미신을 반대하고, 환자의 외모를 보고[望], 목소리를 듣고[聞],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고[問], 진맥[切]하는 방법을 통해서 환자의 질병을 진단했다. 특히 맥진(脈診) 보는 일에 뛰어나 중국 맥학(脈學)의 창시자로 높이 받들어 모셔지고 있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정부·여당이 의과대학의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것에 대해, 젊은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을 감행하며 맞서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정부와 전공의들이 관련 문제들을 진지하게 다시 논의해 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와 다행이다 싶었는데,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정부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건립해서 지방 곳곳에까지 의료혜택이 미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의료인들은 정부가 준비하는 정책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요즘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일반 시민들은 정부가 의료계의 입장은 들어보지도 않고 당위성만 내세우며 너무 서둘러 정책을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앞으로 의료인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들어 생계에 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밥그릇’ 걱정 때문에 저렇듯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전공의 파업을 바라보는 이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는 의사라는 직업이 처음 생겨난 것은 언제일까? 상업적인 목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생긴 것이 언제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아픈 사람을 낫게 할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한 것은 아주 먼 옛날 인류가 한데 모여 살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돌멩이를 깨거나 갈아서 사용하던 석기 시대는 인류가 워낙 원시적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의료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아픈 사람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청동기 시대에 이르러서야 이전의 석기 시대와는 달리 지배자는 청동(靑銅)으로 만든 칼이나 도끼를 차고 다니면서 자신이 지배하는 사람들에게 내보여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거나, 하늘에 올리는 제사에서 청동 거울이나 방울을 흔들어 대어 자신이 ‘하늘의 아들[天子]’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흔히 청동기 시대를 정치 행위와 제사 활동을 한 사람이 주도했기 때문에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라고 부른다. 즉, 집단의 우두머리가 하늘로부터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여러 가지 행위 가운데 지배자로서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일 이외에도 하늘로부터 신령한 힘을 받았다면서 아픈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했을 것이다.

의사(醫師)라는 말에서 의(醫)자를 보면, ‘작은 상자’라는 뜻의 ‘匚(방)’자 안에 화살이라는 뜻의 ‘矢(시)’가 들어 있다. 그리고 옆에는 창이라는 뜻인 ‘殳(수)’자가 있다. 이것은 당시 제사장이자 우두머리가 이제는 의료인이 되어서 통에 든 화살과 창을 들고 병에 걸려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게 “악귀야 물러가라”며 주문을 외우면서 한바탕 춤이라도 추는 행위로 병을 물리친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醫(의)’자는 작은 상자라는 뜻의 ‘匚(방)’자 안에 화살 ‘矢(시)’자와 창이라는 뜻인 ‘殳(수)’자가 곁에 있고 술을 담는 그릇인 ‘닭 유(酉)’자가 밑에 있다. 이것으로 보아 중국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무기와 술이 의술을 펼치는 수단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출처=‘漢字通’ 中國, 東方出版社>

고대 서양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것이 악마나 귀신에 의해서라고 여기는 곳이 여전히 많은 것은 그와 같은 의식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제사장이 화살이나 창을 들고 환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주술적인 행위를 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의(醫)자에는 ‘닭 유(酉)’자가 밑에 있다. 유(酉)자는 ‘물 수(氵)’가 왼쪽에 붙으면 ‘술 주(酒)’자가 되는 것처럼 본래는 술을 담는 그릇이다. 그러니까 제사장이 온갖 무기를 가지고 환자를 위협해도 병이 낫지 않게 되면 술을 먹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병원에서 의사들이 약을 처방하면서 환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아마도 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일 듯한데, 어째서 그 옛날에는 환자에게 술을 약으로 처방을 했던 것일까?

오늘날 술은 놀고 즐기는 여흥의 수단으로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먼 옛날에 술은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곡식이 필요하고 여러 날 동안 익혀야 하는 등 많은 수고와 시간을 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일반 백성에게는 끼니를 때울 곡식도 없는데, 곡식으로 술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긴 감기에 걸리면 흔히 소주 한 잔에 고춧가루를 풀어서 마시고 한숨 자면 낫는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술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거나 술을 마시고 나면 알딸딸해 지면서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역할도 하니 술이 병 치료에 전혀 작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선량한 마음과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를 일컬어서 ‘인심인술(仁心仁術)’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의술은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을 기울여서 습득해야 하는데, 그러한 기술을 습득한 의사가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를 낫게 하려는 어진 마음을 가지지 않고 그 기술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의사는 모름지기 ‘어진 마음(仁心)’을 갖추고, 또 거듭 어질 인(仁)자를 붙여서 어진 의술이라는 뜻의 ‘인술(仁術)’을 첫 번째 덕목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많은 의료인이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것을 보고 모든 국민이 큰 감동을 받았던 것도 의료인들이 어진 의술을 펼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술을 가진 여러 직종의 직업인들로 변호사(辯護士), 기사(技士), 운전사(運轉士) 등이 있는데, 모두 ‘남자’라는 뜻의 ‘~사(士)’자를 붙인다. 하지만 의사(醫師)만큼은 ‘스승 사(師)’자를 붙여서 ‘선생님’으로 존대하는 이유 역시 다른 기술자들과 달리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술을 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쪼록 정부·여당과 전공의들은 지혜를 모아 어진 의술을 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