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퇴직금…체념과 허탈로 묻어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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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50억 퇴직금…체념과 허탈로 묻어버릴 수 없다 국민은 게임판에 놓여진 말이 아니다…정의로운 사회 위해 분노해야

기사입력2021-09-28 10:0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궁금하다. 이 나라는 대체 어떤 힘으로 돌아가기에 31살 청년이 6년 남짓 근무한 직장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퇴직금 한푼없이 빚더미에 올라앉자 가계를 접어야 하는 자영업자들, 아파트 외부 유리창 청소를 하다 추락사한 29살의 일용직 노동자. 이들과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청년의 노동의 값어치가 왜 이렇게 달라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 버젓이 펼쳐지는 사회. 경제 규모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자영업자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서민들에게는 지옥같은 삶이다.

노력과 회사 공과를 반영한 포상이라거나, 산재 보상금 차원의 위로금이라는 것도 빈말이다. 대기업 총수 20여년의 퇴직금을 대리 직함의 사원에게 포상금으로 주는 회사가 어디 있으며, 44억원이라는 산재 보상금 해명도 말이 되지 않는다. 2019년 산업재해 사망 유족 위로금 평균이 1억700만원 수준이다. 40여명의 산재 사망자 위로금을 합친 것보다 많은 산재 위로금. 이런 궁색한 변명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은 단순히 실세 정치인의 아빠 찬스를 넘어선 검은 돈일 수 있다는 것이 국민 대부분의 합리적인 의심이다. 퇴직금, 산재 보상금, 정치뇌물, 어느 것이 맞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31살 청년이 6년 남짓 근무한 직장에서 어떻게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아갈 수 있을까? 사진은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사진=뉴시스>

논란이 일자 곽상도 의원은 서둘러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냈다. 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나왔다. 그러나 탈당도, 의원직 사퇴도, 정작 중요한 일이 아니다. 숱한 논란에 탈당을 하고 관심에서 멀어져간 사건이 한 둘인가?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의원직 사퇴는 부친의 땅투기 의혹에 책임지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논란 확산을 막아보려는 꼼수일 뿐이다.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보다 급한 건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범죄 사실이 드러난다면 처벌이 우선돼야 할 일이다.

‘화천대유가 누구 것이냐’고 여야가 서로 묻는다. 그러나 이런 공방에 한가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화천대유로 흘러 들어가 투자자들에게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남기고, 6년간 근무한 사원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줄 수 있었던 돈은 입주자의 호주머니를 턴 결과라는 것이다.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의 웃돈이 분양대금에 더해졌고 집값은 그만큼 올랐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거기에 또 수억원을 더 얹어 팔려고 할 것이다. 이런 구조를 두고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부동산 안정의 기본은 이익이 토건 세력과 투자자보다는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돼야 한다. 공공개발을 저지하고 민간개발을 강요해온 정치세력, 그들이 화천대유의 실질적 배후일 가능성은 농후하다.

50억 퇴직금 소식이 전해지자, 체념과 허탈을 토로하는 여론이 넘쳐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체념과 허탈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이번에도 LH 사태처럼 정치권의 공방에 국민이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된다. 검찰과 사법당국에게 진상 규명과 처벌을 맞겨둘 수만도 없는 일이다. 허탈과 체념보다는 분노와 규탄이 필요한 때다. 자본을 가진자, 권력을 가진자들이 만들어 놓은 게임룰을 바꾸지 않고서는 국민은 언제나 게임판에 놓여진 말일 뿐이다. 정의를 위해 분노해야 세상이 바뀐다. 분노가 모아져야 권력을 이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