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건물주, 누구를 위한 손실보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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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자영업자와 건물주, 누구를 위한 손실보상인가 국회에 가 있는 임대료멈춤법, 강제퇴거금지법, 즉시해지법 처리는

기사입력2021-11-01 10: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희망본부 팀장

코로나19 집합금지·제한 조치를 받아 매출이 감소한 중소상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금 지급이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공공의 목적에 따라 영업금지·제한이라는 행정조치를 받은 자영업자의 손실을 정부와 공공이 함께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이번 손실보상의 의미는 적지 않다.

손실보상으로 인해 한숨 돌리게 됐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업체당 평균 약 300만원 수준인 손실보상금이 기대에 비해 너무 적어서 임대료를 내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라는 불만이 심상치 않다.

실제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중소상인·자영업자·실내체육시설 사업주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50.7%)은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었고 4명 중 1명(25.8%)은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주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권리금도 시설투자비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임대료가 높은 업체일수록 연체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를 연체하지 않는 업체들의 월 평균 임대료는 약 400만원이었지만, 임대료를 한 번이라도 연체한 업체들은 약 700만원으로 43% 가량 높았고,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업체의 월 평균 임대료는 약 891만원에 달했다. 손실보상액에 비해, 내야 할 임대료가 더 많은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자영업자 절반은 임대료를 잘 내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은행대출은 550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2%가 늘었고, 비은행 대출 잔액도 281조2000억원으로 2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은행 대출 중에서도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업권의 증가율은 71.8%에 달했다.

참여연대와 실내체육시설 비대위가 지난 6월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도 작년 12월부터 올해 이어진 6주간의 집합금지 기간동안에만 52.1%의 실내체육시설은 4000만원 이상의 부채가 발생했고, 단 6주만에 1억원 이상의 부채가 발생한 사업주도 1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손실보상 관련 자영업자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인 코인노래방협회 이사, 경기석 코인노래방협회장, 강성천 차관, 고장수 카페사장연합회장, 김태윤 스터디카페 연합회장.<사진=뉴시스>

쫓겨나지 않기 위해 대출을 받아 임대료를 내고 그것도 모자라면 손실보상 받은 돈까지 모두 임대료로 써버리는 셈이다. 손실보상을 받아도 임대료 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영업자가 아닌 임대인을 위한 손실보상이 아니냐는 말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손실보상 과정에서 집합금지나 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손실의 80%만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든 분기당 최대 1억원이라는 상한선이 있었던 것에 비해, 임대인 즉 건물주들이 해당 기간의 임대료를 100%, 상한선 없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 과연 손실보상의 취지에 맞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의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해당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영업활동에 제한을 가한다면, 그 중소상인·자영업자의 영업활동을 통해 임대수익을 얻는 임대인들의 임대사업에도 일정한 제한 또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상가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들을 대상으로 세액공제를 해주는 ‘착한임대인 제도’를 통해 임대인들의 자발적 임대료 감면을 유도해왔지만 그 성과는 신통치 않다.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전국의 상가건물에 대한 부동산 임대사업 등록자 150만명 중 착한임대인 세액공제를 신청한 이들은 10만3956명으로 전체의 6.9%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는 착한임대인 제도를 통해 4734억원의 임대료를 인하했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2367억원에 달하는 세액공제가 적용되기도 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어느 정도 임대료를 감면하는데 합의하면 좋을지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감면 사례를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시민단체의 제안도 있었지만, 정부나 지자체 중 아무 데도 나서는 곳은 없다.

국회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임대료 분담과 강제퇴거 금지를 위한 다양한 법안이 제출돼 있다. 집합금지 기간동안에는 임대료를 아예 청구할 수 없도록 하거나 집합제한기간 동안의 임대료를 20%에서 절반까지 감면하도록 하는 소위 ‘임대료멈춤법’부터, 향후 6개월 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종료될 때까지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해지나 강제퇴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퇴거금지법’, 더 이상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임차인의 경우 별도의 위약금이나 보증금 감액 없이 임대차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즉시해지법’ 등 제출된 법안만 12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