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남다른 소비력 주목해야 MZ세대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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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X세대 남다른 소비력 주목해야 MZ세대 보여 온라인 소비 확대, 자녀 MZ에 영향준 ‘쿨한 X세대 부모’ 소비성향

기사입력2021-12-20 11:30

1990년대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소비시장을 좌지우지했던 X세대는 아이돌 ‘덕질 문화’의 시초이면서 ‘키덜트’ 문화를 끌고 간 중심축이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이나 저축 등에서는 가장 안정성을 추구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개성과 진보를 추구하면서도 기성세대와 같은 안정성을 동시에 누리기 원하는 그들의 소비전략은 확실히 우리 사회에 새로운 경제 풍속도를 낳았다.

사회·경제의 급변…풍요와 자유 만끽하던 세대, 조직에 순응

“난 남들과 다르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등장한 X세대는 기존의 한국 사회와는 뚜렷하게 차별화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던 세대였다. 지금의 MZ세대가 디지털 세대라 불리며 최첨단 기술의 경험을 즐기는 데 주력한다면, X세대는 더욱 내면적인 인간 성찰에 대한 자아의식의 확립과 이로 인한 기성세대와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하던 세대였다.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반발, 급속한 경제 성장의 한 가운데에서 비교적 풍요로운 10대 시절을 보낸 그들은 소비에서도 감각과 개성을 추구해왔다. X세대의 거침없는 소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사회·정치적인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10~20대를 보내던 대한민국은 다양한 산업의 발전과 고성장을 이루던 시기였다.

사회적으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며 유럽 배낭여행이 유행했고, 디지털 산업의 발전으로 닷컴 기업들이 붐을 이루며 인터넷과 이메일을 마음껏 사용하기 시작했다. 삐삐와 휴대폰의 등장으로 통신수단을 단순히 연락의 용도로 사용하던 이전과는 달리 ‘놀이 문화’의 하나로 재생산한 동시에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 곳곳의 뉴스를 신속하게 접하며 이를 일반 대중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정치적으로는, 군부독재의 몰락으로 X세대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학생운동’이라는 의미가 퇴색해가던 시기였다. 경제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시기였으며, 당시 10~15%대를 유지하던 적금 이자는 저축만으로도 풍족한 가계경제를 꾸려갈 수 있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변화는 당시 10~20대였던 X세대를 문화 소비의 촉발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이러한 소비 욕구는 대중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자 X세대는 열광했고, 이러한 열광은 곧 굿즈(goods) 소비로 이어지며, 트로트 일색이었던 가요계를 새로운 질서로 재정립하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도 1997년 IMF로 인해 무너졌다. 외환위기로 인해 기업의 신규 채용이 얼어붙으며 이들은 취직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합격했다 하더라도 경제불황으로 인해 퇴사 처리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IMF는 비단 채용시장만 얼어붙게 한 건 아니었다. 가계가 기울며 어렵게 가정을 이끌어야 했던 부모를 목격하기 시작했고, 유학을 떠났던 이들은 하늘 높이 치솟던 환율로 인해 한국으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대기업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달라진 고용시장, 불안정한 세상을 바라보며 이들은 취업을 잠시 미루고 대학원 진학을 차선책으로 선택하거나 ‘안전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공무원 시험 열풍의 시초가 됐다.

IMF 당시 대학에 진학한 Young X세대는 취업 시장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선배들을 바라보며 기성세대가 누렸던 ‘대학의 낭만’은 포기했다. 오로지 ‘취업’을 목표로 학과를 선택했고, 대학 진학 후에는 학점관리에 매진하며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전전했다. 또 외국어 점수를 위해 어학연수를 떠나던 첫 세대였다.

현재 X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면적이다. 현존하는 세대 중 가장 진보적인 사고와 자유로운 개성, 탈권위주의를 지향했던 X세대는 사회에 진출함과 동시에 ‘언제든 위기는 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인해 ‘생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며 이들의 욕망은 마음속에 숨긴 채 여전히 뚜렷한 위계질서와 보수적인 기성세대로 인해 남아있던 군대식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트렌드 정착시키는 ‘힘’ 지녀…MZ세대 소비성향도 X세대로부터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사회의 허리 축으로 올라선 X세대를 필연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X세대의 성향을 알아야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X세대의 이러한 ‘이중성’은 특이한 소비성향을 낳는 데 일조했다. 제품의 성능이나 필요성보다는 이미지를 중요시했던 사고방식과 과거 덕질을 해왔던 습관은 ‘키덜트’ 문화를 탄생시켰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 필요 없는 물건에 열광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들은 어린 시절 좋아했거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장난감이나 만화, 소설과 관련된 물건들을 수집하며 스스로 뿌듯해했다.

동시에 닷컴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빠르게 재편되는 디지털 사회에도 놀라운 적응능력을 보여줬다. 이는 온라인 소비 동향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1 한국의 소비생활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만명 중 82.1%는 디지털로 소비했는데, 이는 2019년 조사결과인 44.0%보다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X세대의 약진이다. 2019년만 하더라도 이들의 디지털 소비 비율은 56.7%였지만, 2021년도에는 91.1%로 늘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도 크게 작용했지만, 10% 내외의 증가 폭을 보인 2030세대와 비교해 보면 지난 2년간 X세대의 디지털 소비자로서의 본격화는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의 올해 10월 온라인 쇼핑 동향만 보더라도 X세대로 인해 온라인 쇼핑의 거래액이 크게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조9023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21.7%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2조2254억원으로 28.6% 증가했다. 세부 상품군별을 살펴보면 전년동월 대비 음식서비스 46.7%, 가전·전자·통신기기 36.5%, 음·식료품 22.8%가 늘었다. 즉, 식·음료와 금액대가 높은 전자제품 등의 온라인 소비가 증가한 것은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X세대의 소비량 증가를 방증한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도 X세대의 소비는 양적인 규모나 질적 파급력에서 봤을 때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MZ세대가 트렌드를 도입하는 안내자 역할이라면, X세대는 이 트렌드를 소비력으로 이끄는 주도 세력이자 시장에 정착시키는 중심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X세대는 ‘생존’과 관련된 소비에는 보수적인 면모를 띤다. 이들은 풍요와 빈곤을 거의 동시에 겪었기 때문에 자산 축적의 필요성을 가장 많이 느꼈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서울연구원의 ‘데이터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9년간 가장 빨리 자산을 축적한 세대는 X세대였다. 동시에 부채 증가량도 가장 많은 세대다.

리포트를 살펴보면, 이들의 자산 증식은 부채와 함께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이는 대출 등을 이용한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해 자산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고로 X세대의 자산 증가량은 2012년 1억9324만원에서 2020년 4억571만원으로 늘었고, 부채는 2012년 3585만원에서 2020년 1억581만원으로 급증했다.

금융자산 투자에서도 이전 세대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산업화 세대는 안전성과 이용의 편리성이 강조된 예금을 선호했고,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개인연금,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예금을 제외한 직·간접투자 방식을 사용했다. X세대는 수익성을 가장 고려하며 채권, 주식 등 직접투자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X세대가 부모인 경우에는 이들의 자녀에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소비습관과 새로운 경험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따르면, MZ세대의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습관은 ‘쿨한 X세대 부모’에게서 파생됐다. 따라서 트렌드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X세대를 이해시킬 수 있는 소비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경우에는 매출의 중심축을 잡고 있는 X세대와 X세대의 가치관을 배우고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마음’을 우선 들여다봐야 한다.

X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소수의 취향이 맞는 또래집단과 어울리는 문화를 형성하며 지내왔다. 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온라인으로 취향을 공유하며 인정받는 문화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X세대가 ‘팬클럽 문화’와 ‘채팅 문화’를 만든 세대라는 것을 보면 이 같은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볼 때 X세대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격보다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 자신의 취향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상품을 판매할 때는 저렴한 가격보다 상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목표에 대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 또 개인주의적인 성향인 강한 X세대는 ‘혼밥(혼자 먹는 밥)’, ‘혼행(혼자 가는 여행)’에 익숙하고, 나이가 들더라도 자신을 위한 소비에 과감히 투자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도 필수 고려요건이다.

인재 발굴과 기업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회사 내 중추적인 역할이 된 X세대를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586세대와 X세대, MZ세대가 한 공간에 뒤섞여 있는 지금의 조직에서 X세대는 전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조화를 이루며 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세대이면서, 젊은 시절 기존의 세대에 반감을 품으며 혁신을 꿈꿔왔던 이들의 가치관은 MZ세대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달라진 기업문화만 봐도 알 수 있다. X세대가 팀장급으로 올라서며 회식은 눈에 띄게 줄었고, 회식을 하더라도 점심시간에 하거나 뮤지컬이나 미술관 관람 등으로 회식을 대체하는 문화가 퍼졌다. 이는 X세대의 개인주의적인 가치관과 회식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길 바라는 가치 중심 소비성향의 산물인 셈이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유통가와 기업이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사회의 허리 축으로 올라선 X세대를 필연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여전히 MZ세대와 트렌드를 공유하고 이들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X세대의 성향을 알아야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