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윤리 고민 없이 기술 선진국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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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기술윤리 고민 없이 기술 선진국 될 수 없다” 지배구조·시장진입 기준 등 산적한 ‘공공플랫폼’ 과제

기사입력2022-02-10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병초 교수는 공공플랫폼은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파생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플랫폼은 인프라…공공플랫폼이 간다

민간배달앱의 ‘독점화’가 가져온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2020년 12월 출범한다. 공정한 거래질서에 대한 기준 역할을 해줄 공공플랫폼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플랫폼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경제 시대, 민간플랫폼의 대안으로 전국에서 20개 정도의 공공플랫폼이 등장하며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는 최근 공공플랫폼연구회의 정책연구 발표와 전국의 공공플랫폼 사례 등을 중심으로 공공플랫폼의 필요성과 향후 방향에 대해 다룬다.

- 싣는 순서 -

①공공플랫폼의 필요성

②전국에서 공공플랫폼 실험

③‘배달특급’ 가능성 보여주다

④공공플랫폼의 과제

온라인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 때문에 공공플랫폼이 등장한다. 공공플랫폼은 공공기관이 플랫폼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인데,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공공자산화는 자칫 민간사업자가 가지는 민첩성과 유연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시장의 혁신과 역동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플랫폼이 야기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하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공공플랫폼은 민간플랫폼의 독과점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 가는 보완재 역할을 수행한다. 또,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공공부분 역할이 필수적인데, 공공플랫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공플랫폼연구회 회장 김병초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미래위원회 위원장)는 공공플랫폼의 지배구조, 시장진입 기준, 실패비용, 세금 차용 문제, 시장 교란 논란 등을 연구하고 대응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즉 현재 전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공공플랫폼은 민간위탁, 민관협업, 공공기관 운영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데, 공공재원이 투입되고 플랫폼 운영을 통한 수익과 데이터 활용·분배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공공플랫폼 지배구조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인구직, 부동산, 배달, 관광 등 플랫폼의 독점과 불공정 폐해가 발생하는 분야가 어떤 곳이고, 해당 분야가 공공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곳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세금 사용의 정당성과 실패했을 경우 해결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의 혁신기업들이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공정거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상공인 도움되지만 홍보 부족=한국법제연구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음식점업·주점업을 운영한 소상공인들은 공공배달앱이 매출상승에 상당부분 기여한다면서도 실제 사용률이 높지 않았다. 업주들 입장에서, 공공배달앱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소비자들이 공공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한국법제연구원의 김윤정 연구위원은 공공배달앱이 제대로 홍보되고 지역화폐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공공배달앱을 사용하도록 프로모션이 제공된다면, 공공배달앱의 낮은 수수료는 소상공인의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출자하고 직접 운영에 관여하는 관주도형 공공배달앱의 경우, 공무원의 소극적 운영으로 인해 창의적 마케팅과 운영이 불가능할 수 있고, 자치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바뀌는 경우 배달앱 정책도 바뀌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순수한 관주도형보다는 공익적 민간기업 또는 민관합작형 기업 형태로 운영해 민간 유통전문가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영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세금으로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수익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비용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 광고와 홍보 및 지역화폐와 결합된 프로모션 등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수수료와 광고료를 낮게 유지하고, 공정한 거래를 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감내할 수 있는 수수료 현실화=최병조 인천대 교수는 대표적인 공공플랫폼인 공공배달앱의 경우 민간배달앱에 비해 예산, 인력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현재 배달특급의 경우 1%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배민 등 민간 배달앱이 10~15% 이내의 수수료인 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 교수는 소상공인이 감내 할 수 있는 수준인 3% 정도로 수수료를 현실화해 자생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경기도주식회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전국 통합플랫폼으로 확장해 범위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전통시장, 동네마트, 이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네트워크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지역의 소상공인에 대한 재투자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민간플랫폼의 불공정거래가 시정되더라도 소비 트렌드의 중요한 데이터를 가맹점이나 입점·납품업체와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유통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공플랫폼을 통해 공공이 빅데이터를 구축한 이후 이를 바탕으로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플랫폼에 진입해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안전하게 영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술윤리 없이 기술 선진국 불가능=김병초 교수는, 공공플랫폼은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파생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다이너마이트나 원자폭탄처럼 모든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어서, 소위 선진국들은 기술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우리나라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그 기술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하며 새로운 사회윤리를 어떻게 잡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기술윤리에 대한 고찰이 없다면 기술에 한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머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