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여행, 패션’과 빨간 불 ‘OTT,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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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숨통 트인 ‘여행, 패션’과 빨간 불 ‘OTT, 배달’ ‘웃상’과 ‘울상’의 반복 벗어나려면, 콘텐츠와 소비자가 키워드

기사입력2022-05-22 22:00

지난달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고, 외부에서 마스크 제약이 사라지면서 ‘위드코로나’ 시대로 가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편된 비대면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다시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활기를 잃었던 극장가와 패션가, 여행업은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숨통 트인 업종=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닫혀 있던 여행길에 활기가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나라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최근 PCR 검사와 증명서 제출 의무가 사라지고, 자가 격리도 면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외국인 방문객 동향 및 예측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관광객 수가 100% 증가하리라 전망했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도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놨다. 그 결과, 4월부터 5월5일까지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의 여행상품 예약률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4% 증가했다. 4월 출국 항공편 예약은 2월보다 3배 증가했고, 3월과 4월 해외 호텔예약도 각각 60%, 70% 늘었다. 게다가 5월23일부터 국내 입국 시 PCR 검사뿐만 아니라 신속항원검사 결과도 인정됨으로써 앞으로 해외여행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트립닷컴 홈페이지의 항공권 예약은 4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3% 증가했으며, 3월 이후 항공 상품 검색량도 150% 가까이 증가했다.

공연장 관객 수 제한과 좌석 간 띄어 앉기 규제가 사라지면서 공연계 역시 일상회복에 가속이 붙고 있다. 예스24가 조사한 티켓 판매추세 결과, ▲콘서트 ▲페스티벌 ▲뮤지컬 ▲전시 및 행사▲클래식 ▲연극 등의 올 1분기 티켓 판매금액 증가율 평균이 작년동기 대비 107%로 나타났다. 특히 콘서트·페스티벌 분야 티켓 판매액은 지난해 대비 3.5배 이상 증가하며 전 분야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3월 대비 4월 티켓 판매 증가율도 주목할 만하다. 예스24가 집계한 결과, 3월 대비 4월 전체 티켓 판매액은 160.7% 증가했다. 오미크론 확진자 수도 안정세로 돌아서고,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때맞춰 재개된 대형 행사 및 콘서트 관련 소비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소비심리 회복세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업종은 패션계다. 현대백화점의 패션 전문기업 한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17.4% 증가한 3915억원, 영업이익은 30.7% 증가한 591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522억원, 영업이익 33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3%, 55.4% 오른 수치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2.3% 증가한 2663억원, 영업이익은 7600% 성장한 1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아웃도어 시장 성장이 눈에 띈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테크 스니커즈 ‘무브’는 4월 기준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닫혀 있던 여행길에 활기가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화장품 업계도 특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대비 56%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립틴트 94% ▲쉐딩 72% ▲블러셔 66% 순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다가오는 여름휴가에 대한 기대감에 몸매 관리에 도움을 주는 슬리밍 상품의 매출도 149% 급증했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오프라인 매장 매출도 28% 늘었다. 상권별로 살펴보면 대학가 37%, 오피스타운 29% 순으로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또 5월에는 가족 단위 쇼핑객의 급증으로 대형 쇼핑몰 내 상권의 매장도 전년대비 34% 늘었다.

OTT 플랫폼의 인기와 팝콘 등 먹거리 판매의 금지로 매출이 부진했던 극장가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4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4월 전체 매출액은 304억원으로 전월대비 12.6% 늘었고, 관객 수는 312만명으로 전월대비 11.6% 늘었다. 올 1~4월까지 전체 누적 매출액은 1440억원으로 전년동기 매출액인 457억원보다 46.6% 증가했다. 전체 누적 관객 수는 418만명보다 39% 늘어 1490만명을 기록했다.

◇‘빨간불’ 켜진 팬데믹 수혜 업종=엔데믹의 도래로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 예상한 업종은 단연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OTT 모바일 사용자 수는 올 1월 대비 적게는 7%, 많게는 23% 떨어졌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수많은 OTT 플랫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입자 수의 변동이 적은 곳과 많은 곳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디즈니+ 사용자는 200만명에서 153만명으로 23.7% 줄었고, 웨이브는 492만명에서 11.9% 줄어든 433만명, 왓챠는 129만명에서 12.6% 감소한 112만명, 쿠팡플레이는 367만명에서 23.7% 줄어든 302만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1241만명에서 1153만명으로 7.1% 떨어져 한 자릿수 변동 폭을 보였고, 티빙은 418만명에서 386만명으로 7.7% 감소했을 뿐이다.

이렇게 가입자 수 변동 폭이 기업마다 다른 이유는 콘텐츠에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독점 및 오리지널 콘텐츠로 고객의 두터운 신뢰와 충성도가 버팀목이었고, 티빙의 경우 새로 콘텐츠가 나오는 즉시 바로 공개해 젊은 층의 접속을 끌어들였다는 평이다.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표한 ‘OTT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2’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오픈서베이가 전국의 만 15~59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용자 10명 중 4명은 최초 가입 후 해지한 경험이 있는데, 그 이유는 ▲보고 싶은 콘텐츠가 많지 않을 때 ▲계획했던 콘텐츠를 다 봤을 때다.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은 콘텐츠가 생겼을 때 다시 가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중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OTT 플랫폼은 위축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비록 지금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에 비하면 시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새 콘텐츠의 부족으로 인한 잠깐의 소강상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이미 OTT의 편리함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끝도 없이 오르는 극장의 가격과 예매의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OTT를 계속 지지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OTT 플랫폼이 고정층을 확보하고, 지속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개성 강한 콘텐츠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코로나19 최대수혜 업종이었던 배달업계는 봄이라는 특수성과 거리두기 해제 등의 여파로 위기를 맞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18~24일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이용자 수는 전월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한때 월 400~500만원에 달했던 라이더들의 월급은 그야말로 팬데믹 시절 얘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배달업계의 위기는 단순히 코로나19 상황으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지속적인 적자에 위기의식을 느낀 업계에서 줄줄이 수수료 인상을 단행한 것이 배달앱 이용자 수 급감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상승한 수수료는 업주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줘 배달앱에 대한 불만에 불을 지폈다. 현재 많은 프랜차이즈는 자사 앱을 강화하는 분위기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달비로 인해 직접 방문하거나, 포장하는 소비자가 느는 추세다.

실제로 버거킹은 올 1분기 앱과 웹 신규 가입자 수가 매월 증가세를 보이며 누적 가입자 270만명을 돌파했고, 롯데리아와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경우 롯데GRS가 운영하는 통합 외식 주문 앱인 롯데잇츠를 통한 매출액이 각각 40%, 33% 가량 증가했다. 엔제리너스는 매출액이 63% 증가하며 전년동기 대비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따라서 배달앱은 외형 늘리기에 치중했던 경영방식을 바꾸고,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배달앱에서 진행하는 가격 할인, 리워드 형태의 단순한 프로모션에서 탈피해 적립된 리워드를 다양한 브랜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포장의 경우 픽업 시간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하는 등 앱 개발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