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근로자 불법 파견 인정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근로자 불법 파견 인정 대법, 근로자파견 관계 성립…2년 초과해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 간주

기사입력2022-12-10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제조업 현장에서 파견근로자 사용에 따른 노사간 분쟁은 뜨거운 이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근로자 파견을 허용했다. 근로자파견제도가 입법화된 것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직접 생산공정에서 파견근로자 사용을 제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는 파견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급을 가장해 불법파견이 이뤄졌다. 그 결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불합리한 노동현장의 관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07년 7월1일 이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에서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도급이라는 명분으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한 사용자의 행위는 파견법 제6조 제3항 위반에 해당해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

또한 개정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 등 파견 절대금지 업무를 위반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상시허용 업무에서 2년을 초과하는 경우, 허가를 받지 않는 파견사업주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및 임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현대기아차간 근로자파견 관계 성립을 인정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2년을 초과해 사용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사용한 경우 현대기아차는 이들을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돼 정규직에 준해 임금 차액을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대법 2017다14581·14598 등, 선고일자 2022.10.27. 대법 2017다9732·9749·9756, 선고일자 2022.10.27.).

◇사실관계=기아차 파견사건(대법 2017다9732·9749·9756, 선고일자 2022.10.27)에서 피고는 완성차 제조업체 기아주식회사다. 원고는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기아차 화성공장 등에서 도장, 의장, 생산관리, 내수출고 PDI, 수출방청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은 위와 같은 업무 수행이 피고를 사용사업주로 하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해 구 파견법 또는 개정 파견법에 따라 피고 기아차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됐거나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파견사건(대법 2017다14581·14598 등, 선고일자 2022.10.27.)에서 피고는 완성차 제조업체 현대자동차주식회사다. 원고는 피고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울산공장 등에서 차체, 도장, 의장, 생산관리, 내수출고 PDI, 수출방청 업무 등을 수행했다. 위 기아차 사례와 마찬가지로, 원고들은 위와 같은 업무 수행이 피고를 사용사업주로 하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해 구 파견법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로 직접 고용간주 됐다 주장하며, 근로자지위 확인 및 임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현대·기아차 공통으로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 사이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또한 현대차 사건에서 구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간주 효과 발생 후 파견근로자가 협력업체인 파견사업주와 사이의 근로관계 중단 또는 종료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사안에서,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정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최근 대법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및 임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현대기아차간 근로자파견 관계 성립을 인정했다. 중기이코노미 자료사진. ©중기이코노미

◇대법원의 판단=대법원은 현대 기아차의 공통 쟁점에 대해 다음의 근거를 들어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서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했다고 판결했다.

①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 명령=재판부는 현대기아차가 원고들에 대해 일반적 작업 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행사하고 생산계획이나 컨베이어 벨트의 운영 등을 통해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②사내협력업체의 현대기아차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또한 재판부는 피고 기아차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을 구체적으로 결정한 뒤 사내협력업체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한 점, 피고 현대차가 사내협력업체 인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생산직, 생산관련 인원으로 함께 편성해 관리하고 정규직에 결원이 발생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대체 투입하는 등 사내협력업체들이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③업무의 특정성과 구별성, 전문성과 기술성 부재=그리고 사내협력업체들의 업무가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의 업무와 명확히 구분되기 어렵고,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구별되는 기술이나 근로자의 숙련도가 특별히 요구되지 않는 반복적 작업들이 대부분인 점(기아차), 특정 공정 담당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와의 계약이 해지돼 다른 업체로 변경시 기존 근로자의 대부분이 신규업체에 고용 승계되는 점(현대차) 등을 근거로 볼 때, 도급계약인지 여부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업무의 특정성과 구별성,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추었다 보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④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없어=재판부는 원고용주인 사내협력업체가 독립적 기업조직과 설비를 구비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급계약 관계라면, 사내협력업체가 고유기술이나 특별한 자본을 투입해 업무수행에 핵심적 필요 시설이나 작업 도구 등을 갖춰야 하는데, 현대기아차의 사내협력업체들은 대부분 피고의 작업현장 내에 사무실을 두거나 장비나 생산시설 등을 피고에 의존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했다.

현대차 사건에서 쟁점이 됐던 사용사업주의 책임있는 사정으로 파견근로자의 근로제공 중단이 발생한 경우 법적효과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직접고용간주 규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로, 그 법적 효과가 발생한 후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그 효력존속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성립이 간주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당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간주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시했다.

다만 구 파견법에서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가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파견사업주와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직접고용에 명시적으로 반대한다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판결은 현대기아차가 직접 생산공정에서 컨베이어 작업만이 아닌 모든 공정에서의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앞서 2010년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대법원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후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대규모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에 현대차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노동계의 지적에,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송 참여 여부 및 조합원 여부와 관계 없이 전체 인원에 대해 결과를 준용할 것이라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