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만기연장 사각지대…중기 흑자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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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대출 만기연장 사각지대…중기 흑자도산 우려 단기 유동성 악화, 지원갱신 시 고금리, 불경기에 상환 부담

기사입력2022-12-19 17: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의 부채와 이자비용이 급증하고 있는데, 대출 만기연장 등 정부 지원책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674개 중소제조 상장사의 분기별 부채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중소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났다. 흑자는 유지했지만, 2021년 3분기(19.7%)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대로 올해 3분기 들어 이자비용은 20.3%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0.3%)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 총부채 역시 10.4%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4.2%)에 비해 급증했다.

경기부진 탓에 재고자산 증가율도 15.6%(지난해 3분기 10.0%)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흑자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부채와 이자비용이 급증해 흑자도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부채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 또한 사각지대가 있거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 제조 상장사 674곳의 영업이익과 이자비용 추이

<자료=대한상의>

급격히 유동성 악화된 기업, 만기연장·상환유예 못 받아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유예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동안 4차례 종료를 연장해왔으나, 금융시장의 부실을 우려해 내년 9월에는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한상의가 96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크게 ▲단기 유동성 악화 ▲지원갱신 시 고금리 부담 ▲불경기에 상환 걱정 등 3가지 유형으로 파악됐다.

먼저 단기 유동성 악화 사례를 보면, 그동안 꾸준히 부채를 상환해 왔으나 최근 급격한 유동성 악화에 빠진 유형이다.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9월 연장된 정부 조치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당장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의 연장이 제한적이다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두 번째로,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 조치를 통해 당장은 고비를 넘겼더라도 결국 고금리 때문에 실질적인 부채상환 부담이 커진 경우다.

지원대상을 갱신할때 현재 재무상태 및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이미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중소기업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상환 유예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세 번째로는, 정부의 상환유예 지원이 내년 9월 종료 예정인데 경기는 내년이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유예됐던 이자와 원금을 못 갚을 위기에 처한 유형이다.

상환유예의 경우 내년 9월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내년 3월까지는 금융기관과 향후 상환계획을 협의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그 사이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이자나 원금 상환이 힘든 기업들은 채무조정을 받아 사실상 부실기업의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기업들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에 채무조정절차 신청에는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감면·분할상환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채무조정 대상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활동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스스로 채무조정을 선택할 유인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의는 내년 상반기에 기업들이 최악의 자금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화당국이 올해 하반기에만 두 차례의 빅스텝(0.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금리인상 효과는 통상적으로 6개월∼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상환유예 지원이 장기간 지속해온 만큼 경기가 살아나고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충분한 대응시간을 주고, 기술력과 복원력을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자율적 원리금 유예나 중진공·기보·신보 등을 통한 저금리 대환대출 등 다양한 연착륙 지원조치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