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내면의 희망과 어둠 담은 신비한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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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렘브란트 내면의 희망과 어둠 담은 신비한 ‘야경’ 네덜란드의 ‘빛’이 있는 곳…라익스 뮤지엄(Rijks museum)㊤

기사입력2023-02-12 00:00

2시간이면 이탈리아에서 저가 항공을 타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탈리아에 온 지 7년이 지나서야 처음 암스테르담을 여행했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로마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기념으로 나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둥근 돔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건축이 즐비한 이탈리아의 도시와는 첫인상부터 다른 곳입니다. 고전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지방 특색이 뚜렷한 건축으로 운하 주변을 가꾼 풍경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분주한 일상에 잘 스며든 것처럼 현대적입니다. 꽃집과 개인 주택, 카페와 주점이 꽃잎처럼 흩어져 있는 운하 주위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며 도시에 활기를 더해 줍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곳으로 라익스 뮤지엄(Rijks museum,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을 찾은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크 화가 렘브란트 때문입니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1809년 나폴레옹 통치시대에 암스테르담 궁전에서 국립박물관을 개관한 후 이 곳에 터 잡은 가장 중요한 작품입니다. ‘비너스의 탄생’이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을 대표하고 ‘모나리자’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작인 것처럼, ‘야경’은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말년의 렘브란트는 루벤스나 안톤 반 다이크의 명성에 가려져 차츰 잊힌 변방의 화가로 살았지만, 이 작품은 사후 200년 후 그에게 ‘네덜란드 국민화가’라는 칭호를 안겨 주었습니다.

렘브란트 ‘야경’

‘야경’은 렘브란트 인생 최고의 영광과 가장 슬픈 시기를 동시에 상징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중심인 암스테르담의 시장이며 민병대 지휘관이었던 프란스 반닝 코크 (1600~1655)에게 민병대 단체 초상화를 주문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화가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림이 거의 완성될 즈음에 사랑하는 아내 사스키아의 죽음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경’은 단순한 초상화 형식을 넘어서 렘브란트 내면의 희망과 어둠을 담은 신비한 작품입니다.

렘브란트(1606~1669)는 네덜란드 화가로, 20대부터 인생 대부분을 암스테르담에서 보냈습니다. 사촌인 사스키아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남자이면서 타고난 예술적 재능으로 화가로서의 성공을 염원한 평범한 인물이었습니다. 암스테르담 요덴브리스가에 있는 렘브란트의 옛집을 둘러보면 그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을까,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인 렘브란트의 현실에서의 진짜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주로 종교화와 초상화를 그렸던 그는 플랑드르 미술의 전통인 섬세한 디테일과 사실적인 표현에 카라밧조의 ‘빛’을 감성적으로 버무린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공간의 디테일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지만 공간의 깊이감은 사라지지 않는 그림으로,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이 주는 연출된 극적 분위기와는 다른 빛의 예술을 창조했습니다. 렘브란트 그림에 표현된 ‘빛’은 극적인 느낌보다 희미하고 강렬한 명상의 공간을 표현합니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렘브란트가 그린 인물의 내면을 따라 빨려들 듯이 바라보게 되는 것도 그가 창조한 신비로운 ‘빛’ 때문입니다.

‘야경’에도 렘브란트의 ‘빛’은 찬란하면서도 어느 순간 깊은 곳으로 사라집니다. 중앙에서 밝은 빛을 받는 프란스 대위와 빌렘 중위가 민병대를 지휘하듯 앞으로 걸어갑니다. 화승총을 들고 북을 치며 어둠속에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는 14명의 민병대원들은 다양한 동작과 표정으로 그림 전체에 활기와 생동감을 전달합니다. 렘브란트는 모든 인물이 골고루 조명을 받는 당시의 단체 초상화 형식을 따르지 않고, 선택과 집중으로 공간의 깊이와 인물들의 성격을 다양하게 부여해 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변화와 활기를 주제로 하는 바로크 미술의 특징을 네덜란드 특유의 어둠속에 담아 렘브란트의 독창적인 미술세계를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신비로운 부분은 중간에 등장한 어린 소녀입니다. 노란 드레스를 입은 한 소녀가 민병대 행렬에 끼어있습니다. 그녀는 허리에 죽은 닭을 매달고 있는데 그 발톱은 적의 패배를 암시한다고 여겨지죠. 그녀는 현실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총기협회의 승리를 상징하는 우의적 인물입니다. 중앙에 검은 옷을 입은 민병대장 좌우로 노란 옷의 밝은 빛을 내뿜는 남녀가 그림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렘브란트가 유명한 화가가 아닌 훌륭한 화가를 더욱 염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수선한 듯 하지만 그림의 질서를 교묘하게 잡아주는 구성의 탁월함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마치 죽은 아내 사스키아의 영혼을 불러온 듯 보입니다. (계속, 중기이코노미 객원=이다 미술역사가,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