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물을 살게 하거나 죽게 만들 수 있는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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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어떤 동물을 살게 하거나 죽게 만들 수 있는 권한 동물과의 낯선 관계를 보여주기…김아람 작가

기사입력2023-03-09 09:28

황재민 미술평론가 (inthebox28@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얼마 전, 한 탐조(探鳥) 유튜버의 영상이 논쟁거리가 됐다. 이른바 ‘캣맘’ 그리고 ‘캣대디’를 ‘저격’하는 영상이었다. 캣맘 그리고 캣대디란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급여하는 사람을 뜻한다.

해당 유튜버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고양이는 도심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이며, 인간의 개입으로 개체수가 늘어난다면, 결과적으로 여타 생물종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양이가 예쁘다는 이유로 밥을 주는 것은, 도심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교란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 영상의 조회수는 금세 백만명을 넘어섰고, 뜨거운 논쟁이 잇따랐다.

그러나 여기서는 논쟁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기로 한다. 우리 인간종은, 어떤 동물은 살게 만들 수 있고 어떤 동물은 죽게 만들 수 있다. 어떻게 그런 권한을 가질 수 있었던 걸까? 대체 누가 우리에게 이토록 막대한 권한을 줬단 말인가?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의 유형을 구별해 고찰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이 이른바 주권적 권력과 생명권력의 구별이다. 그에 따르면, 주권적 권력 즉 군주가 행사했던 권력은 죽게 만드는 권력이었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으므로, 그 힘을 담보로 재산 등을 징수할 수 있는, 칼의 권력이었다. 반면 생명권력은 살게 만드는 권력이다. 근대사회의 최고 권력은 생명을 위협하며 신체를 제압하는 대신, 개인이 쉽게 죽지 않도록 생명을 안전하게 관리하고자 했다. 이는 물론 지속적인 생산력을 확보하고, 생산 가능한 인구를 조절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연구를 배경에 두고, 우리의 권한 즉, 어떤 동물은 살게 만들 수 있으며 어떤 동물은 죽게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우리는 동물을 사랑하지만 그 사실과는 별개로, 우리와 동물 사이에는 언제나 권력이 개입하고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동물에 대해 권력을 가진 자의 위치에 놓인다. 우리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작가 김아람은 동물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다만, 그가 관심을 두는 동물은 평범하지 않다.

‘도브맘’(2019)과 ‘박멸의 공존’(2021)이라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혹은 모큐멘터리)에서, 김아람은 각각 비둘기, 뉴트리아를 탐구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분명히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지만, 친밀하거나 익숙한 방식으로 맺고 있지는 않다. 만지고 싶지 않고, 안고 싶지 않고, 꺼려지고, 불쾌함을 주는, 혐오스러운 동물. 김아람은 그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도브맘에서, 작가는 비둘기와 무작정 동거를 시도했다. 만약 이게 한 편의 극영화였다면, 김아람은 클라이맥스에서 비둘기를 결국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낯선 만남은 해피엔딩을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브맘 속 작가는 끝까지 비둘기와 화해하지 못한다. 작가는 5일간의 동거를 마친 뒤, 황급히 비둘기를 세상에 풀어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가 어떤 동물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모순적이다.

박멸의 공존에서, 김아람은 이와 같은 모순을 더 깊이 탐구한다. 여기서 작가는 뉴트리아 사냥꾼, 낙동강유역환경청 담당자, 동물자유연대 상근자 등 뉴트리아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을 만난다. 뉴트리아는 유명한 생태계 교란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이 종을 완전히 박멸시키기 위해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생물종을 박멸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살처분 과정은 더디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뉴트리아는 단순히 혐오스러운 동물이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죽일 수도, 완전히 살릴 수도 없는, 공교로운 생명이다. 박멸의 공존에선 사냥꾼이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뉴트리아의 사체가 꾸준히 등장한다. 그것은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가장 비천한 생명의 모습이다.

김아람은 동물과의 낯선 관계 속으로 보는 이를 초대한다. 여기서 우리는 복잡한 윤리적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은 동물의 생사여탈권을 쥔 주권자나 다름없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부여된 이 막대한 권한이, 그저 우연의 산물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동물을 죽이거나 살릴 수 없게 된다면, 그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알던 세상이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