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전세사기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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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전세사기 대책 내놔야 정부가 단발성 방안만 내놓는 사이 피해자들 눈물만 늘었다

기사입력2023-04-20 14:24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세대 중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중인 대출분에 대해서는 내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할 예정이며, 민간 채권관리회사(NPL) 등에 매각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경매절차 진행을 유예토록 협조를 구하고 지속 모니터링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가 날이 갈수록 확산되자, 정부가 뒤늦게 수습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단발성 대책이 반년 넘게 반복되고 있지만, 전세사기 피해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기재부, 국토부, 금융위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TF를 구성해 19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경매 유예방안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협조”를 구한다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경매 유예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어려움은 주로 “여의치 않은 경우”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책이 시기도 늦었는데, 완전하지도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발표한 대책들이 당장의 책임을 면해보겠다는 언론플레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정부의 한발 늦은 대책발표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애당초 전세사기 문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심지어 올해 2월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던 피해자였다. 당시 주거·시민단체들이 함께 하는 주거권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하면서,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고 강조하고, 정부와 국회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달 들어 5일 간격으로 전세사기 두 사람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또다시 반복됐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았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을 터다. 그간 정부가 발표해온 단발성 대책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도개선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종교·노동·주거·복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의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20일에는 피해자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정부에 대해 “피해자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방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개탄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정부의 대응이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지 못한다면 전세사기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피해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면밀히 검토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대책위는 출범 기자회견문에서 “심각한 현 상황은 개인의 노력이나 기존 제도 내 해법만으로 해결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특별히 귀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시간이 걸리는 제도개선은 물론 시급한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임시조치까지 늦지 않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