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불공정 없애는 민생안정이 곧 국민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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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불평등·불공정 없애는 민생안정이 곧 국민행복 ‘정신건강정책’ 필요하지만, 민생 외면하는 행태부터 멈춰야

기사입력2023-12-08 13:3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0년 내 자살률 50%를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정책이 반갑다. 언젠가부터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아픈 우리의 자화상이 조금은 밝아질까 하는 희망도 걸어본다.

기나긴 코로나19를 지나며, 사람들의 마음은 더 어둡고 깊게 병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건강 관련 지표가 줄곧 하위권에 머물러왔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와같은 대책은 더 빨리, 최우선으로 추진됐어야 할 정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5.2명으로 OECD국가 중 1위다. OECD 평균은 10.6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우리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38개국 중 34위로 최하위에 속한다.

특히 청년들의 마음건강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9만9796명이었던 20대 우울증 환자는 2022년 19만4322명으로 약 2배가 증가했다. 10대~20대의 자살률은 2012년 인구 10만명당 19.5명에서 2021년 23.5명으로 늘었다. 10대에서 40대까지의 사망자 중 자살은 사망원인 1위이기도 하다.

사회적 고립은 마음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 OECD가 2015년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람들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2%였다. OECD 평균인 88%보다 16%p 낮은 수치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마음의 질병은 스스로의 생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노로 표출돼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의 정신건강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요양에 편중되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후수동적 대처에 편중됐던 종전의 정신건강 정책을 혁신해 ‘정신건강 예방부터 회복까지’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정부 정책은 역시나 사후 대책 일색이라는 느낌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핵신방안의 주요 핵심과제인 ▲국민 100만명에 전문 심리상담 지원 ▲청년·학생 검진 주기 단축 및 조기개입 ▲직업트라우마센터 확대 및 EAP 활성화 ▲상담전화 109 통합 등 자살 예방 강화 ▲정신응급대응 강화 ▲입원제도 개선, 수가인상 등 의료질 향상 ▲모든 지자체에서 정신재활서비스 제공 ▲정신질환 편견해소 대국민 캠페인 ▲자살예방교육(의무) 1600만명 실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설치·운영 등은 마음의 질병 원인을 찾아 예방하는데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마음을 돌보겠다는 방향은 환영할 만하다.

우리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다들 알고 있다. 태어나면서 떠밀리듯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와 심화되는 양극화에 대한 좌절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현실을 깨지 않고서는 건강한 마음을 되찾을 수 없다. OECD의 더나은 지수의 평가기준인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우리 국민은 어느 것 하나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에 걸쳐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차별과 불평등에 몸서리치며 떠나는 사람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정부라면 100만명에게 심리상담을 지원한다고 호기롭게 외친다 한들 국민들에게 근본적인 행복을 찾아줄 수 있을까. 정부와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民生)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진실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민생안정이 곧 국민행복의 지름길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