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대학, 시민 위한 열린 공간이 되다

프린트

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평생교육…대학, 시민 위한 열린 공간이 되다 초고령화 사회 앞두고 시니어 교육 활동…취·창업 연계도

기사입력2024-07-18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학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만큼 평생교육원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죠. 앞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시민에게 기여할 수 있도록 좀 더 개방된 공간이 될 것입니다.”

유한대학교 평생교육원 김태호 원장이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며 힘줘 말했다.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강조돼 왔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그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 소멸 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튜버 영상 편집 수업을 한 학기 동안 끝마친 시니어 학생들과 교수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시니어 맞춤교육…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다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하고 제2의 삶을 구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재교육’이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상황에서는 이런 교육이 더욱 절실하다. 최근에는 이런 지역민을 위해 대학이 문을 활짝 열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베이비부머 경기스쿨’과 ‘경기도 평생배움대학(GCC)’을 예로 들 수 있다.

경기도 사회적경제국 베이비부머기회과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학을 비롯해 직업훈련학교 등 취·창업과 연계해 수업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모집한다”며, “특히 직업상담사나 취·창업 관련 인프라가 얼마나 돼 있는지, 인턴십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포함한 커리큘럼 등을 중점으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생배움대학은 개인의 역량 강화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 평생교육과 평생교육사업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생애주기별 교육이 목표다. 2040 청년, 5060 중장년, 65세 이상 등 전 세대에 걸쳐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게 핵심 목표”라며, “나이를 불문하고 인생을 재설계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기계발과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예산…“중요한 만큼 더 투자를 했으면”

수업의 퀄리티와 교육 인프라에 신경을 쓰는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지역민의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

유한대학교 평생교육원 김태호 원장은 “경기도 평생배움대학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대학이 40여곳이었는데, 이 중 10개 대학만이 선정됐다”며, “부천생애학교와 전년도 평생배움대학 참여자 200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해 선정된 3과목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민의 의견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그만큼 지역민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김 원장은 “평생배움대학 총학생회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고, 과정별로 두 개씩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다”며, “지난 4월에는 필수과목인 경기학에서 부천의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30년 이상 부천에 거주했다는 참여자조차 ‘부천에 이런 곳이 있었어요?’라며 놀라워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유튜브 관련 수업을 들었던 한 어르신은 실제로 유튜브를 개설해 수익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뿌듯해했다.

유한대학교에서 진행한 유튜버 영상 편집 수업 1학기를 끝마친 학생들이 축하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예산이다. 취·창업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생활기술학교’에서 명칭까지 바꾼 ‘베이비부머 경기스쿨’은 작년까지 13개 기관에서 진행했지만, 올해에는 3개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교육기관을 줄인 대신 교과목 다양화에 더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교육에 참여한 742명 중 97명이 취·창업에 성공했고, 자격증은 619명이 취득했다. 하지만, 한 교육기관에서 1~2개 과정을 운영하는데 그쳤기 때문에 올해에는 성결대학교, 용인예술과학대학교, 미가형제직업전문학교 등 3곳에서 하는 대신, 기관당 상하반기 합쳐 8개의 과목을 오픈했다. 그리고, 유통마케팅 분야, 디지털 분야, 취창업 유망 전직 교육 등 실질적으로 취·창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기본사항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경기도 평생배움대학 역시 작년까지 14개 기관을 모집했지만, 올해는 예산이 줄어 일반대학, 전문대학, 대학 부속기관, 평생교육 관련 법인 등 10개 개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년도 혹은 비슷한 과정을 듣는 사람들의 참여도 제한된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지점이다.

유한대학교 평생교육원 김태호 원장은 “부천시민을 비롯해 인근 지역민까지도 관심을 주고 있어 경쟁률이 꽤 높다. 전년도 참여자 중에 신청했다가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분들에게는 부천생애학교라든지 다른 과정을 들을 수 있도록 알리고 있다”며, 교육과정이 좀 더 확장되고, 인원도 충원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외부에서 사업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자체 프로그램도 개발해 실질적으로 재취업과 창업까지도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비부머 경기스쿨’과 ‘경기도 평생배움대학’ 통틀어 유일하게 시니어 모델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성결대학교 평생교육원 역시 실제로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성결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 광고패션모델 수업에서 학생들이 자세 교정을 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성결대학교 평생교육원 공윤수 과장은 “그동안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과정은 취업보다는 봉사활동의 개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률로 따져봤을 때 10~15% 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에 제2의 인생설계로 창업을 꿈꾸는 어르신이 많다. 이들을 위해 AI 콘텐츠 개발 과정, 화훼원예 전문가 과정 등을 열었다. 특히 이 분야는 자격증을 취득해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니어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최종 목적은 수업 참여자들에게 광고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실제로 TV, 신문, 잡지사, 홈쇼핑, 온라인 광고 통틀어 시니어 모델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프로필 사진까지 찍었고, 에이전시에 가서 모델로 등록하는 절차도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나에게 꿈이 생겼다”…자기계발부터 취·창업까지

기초 워킹수업이 한창인 성결대학교 시니어 광고패션 모델 양성과정 현장. 이곳에는 현역에서 패션 모델 활동을 했던 모델이 강사로 초빙돼 오전, 오후반 총 29명의 시니어 예비 모델을 대상으로 다양한 스킬을 가르치고 있다.

김대희 주임강사와 김태현 보조강사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광고시장에서도 시니어 시장이 넓어졌다”며, “30주 동안 광고모델과 한복 패션 모델로 나눠 워킹, 포즈, 무대 위 스킬 등을 수업하고 있다. 연말 성과보고 때는 한복 패션쇼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모델이라는 꿈이 있는 만큼 수업을 듣는 시니어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전미은희(55세) 씨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특히 수업에서 웃는 방법에 대해 배우며 웃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동안 즐거우니까 웃는 거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이젠 눈으로 말하라는 의미를 알 것 같다. 게다가 눈을 기점으로 얼굴의 위, 아래 근육을 움직이고, 걷는 자세도 교정받다 보니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복 패션모델이 되기 위해 모인 시니어들이 기초 워킹수업을 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유하숙(55세) 씨 역시 “결혼 30년 동안 아이를 두 명 키우면서 이런 활동을 할 기회가 없었다”며, “여기 오기 전에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을지, 수업은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오니 삶의 활력소가 되고, 체형 교정은 물론 마음마저 치료가 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오후반의 유일한 남학생인 공정호(61세) 씨는 “평소에 모델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회사 임원이 되면서 시간상으로 자유로워져 시작하게 됐다”며, “나처럼 중년 남자들은 대부분 표정이 없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표정의 변화가 생기고, 다양해지면서 가족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현재 시니어모델로 3년째 활동 중인 변광예(58세) 씨는 평생교육원에서 한복 모델 관련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사실 시니어 모델 교육과정은 많지만,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패션쇼를 나갈 때 참가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교육과 행사를 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반려인 15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반려견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한대학교 반려견 푸드 수업에 참여한 많은 학생이 이를 방증한다.

유한대 호텔조리학과 김성영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에 “반려견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건강에 좋은 재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만들어 반려견에게 먹이는 과정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업 참가자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더해 응용된 레시피를 개발함으로써 창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공방에서 펫푸드 수업을 가르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이경열(56세) 씨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한데 모두 열정이 넘치고, 교수진도 훌륭해 오히려 내가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며, “나중에는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자격증, 행동교정사 자격증도 준비해서 반려동물 관련 창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정인 시니어 레저 스포츠와 건강관리 수업에서는 생애전환 자서전 쓰기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작업치료과 최현세 교수는 “시니어들의 신체 및 정신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며,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 필라테스를 비롯해 기억력, 집중력 훈련 등을 영역별로 할 수 있는 워크북도 함께 해본다. 또한, 실제 노인의 65%가 겪고 있는 삼킴장애 예방법도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일상에서 중요한 정보수단이 되고 있는 유튜브 관련 수업도 어르신에게 인기가 높은 과목이다.

유튜버 영상 편집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방송미디어학과 최지예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젊은 학생들도 처음 배우는 건 느리고,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어르신이라고 해서 가르치는 데 있어 젊은 층과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50대부터 9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공통점은 열정이 대단하다는 거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수업이 단순히 스킬적인 면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직접 스토리텔링하는 법도 가르치기도 하고, 스토리 보는 법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콘텐츠 제작을 위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중기이코노미가 찾아간 날이 이 수업의 1학기 마지막 날이었고, 시니어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날이었는데 그 수준이 상당했다.

중기이코노미와 인터뷰를 진행한 어르신들 역시 손자, 손녀들로부터 ‘나도 모르는 부분을 할머니가 아세요’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미경(54세) 씨는 “유튜브 편집뿐만 아니라 글쓰기도 가르쳐 주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의상과 미술 관련 강의도 해줘서 유익했다”며, “앞으로 불특정 다수와 인생 경험을 소통하고, 이웃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소소한 모습을 올리고 싶다”며 말했다.

한대순(72세) 씨는 “항상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는데, 그동안 남들이 하는 것만 보면서 부러워했었다”며, “대학교 1학년인 손녀가 자기가 모르는 것을 할머니가 안다며 대단하다고 하는데 어깨가 으쓱해진다. 좀 더 공부해서 가족과의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나중에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가족이 추억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봉(85세) 씨는 “아들과 손주에게 수업 커리큘럼을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더라. 잠깐 몇 개월 하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체계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을 알고는 격려를 해줬다”며,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와도 같다. 빨리빨리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뭔가를 배운다는 게 좋고,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