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시행사 자기자본 3% 나머지는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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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부동산PF “시행사 자기자본 3% 나머지는 빚” ‘낮은 자기자본’과 ʻ높은 보증 의존도’…KDI, 낙후된 재무구조 지적

기사입력2024-08-21 12:3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부동산PF를 둘러싼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PF의 구조적인 결함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PF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 비율’을 지적하며,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펴낸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를 보면,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사업을 추진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자기자본’과 ʻ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면서, 시행사의 자기자본 부족을 짚은 것이다.

실제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 PF사업장 300여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 사업장에 필요한 사업비는 평균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3.2%)만 투입하고, 나머지 대부분인 3631억원(96.8%)은 빌린 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용(2.9%)이 상업용(4.3%)보다 낮았고, 비수도권(2.3%)이 수도권(3.9%)보다 낮았다.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이렇게 낮을 수 있는 이유는 ‘보증’에 있다. 보고서는 “시행사로부터 공사계약을 수주한 건설사가 PF대출의 상환을 사실상 보증하며, 책임준공확약이라는 약정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건물을 준공할 것을 약속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책임준공확약에는 시행사가 PF대출을 미상환하면 건설사가 대신 상환한다는 조건이 부가된 경우도 많다.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낮거나 중소형 건설사인 경우, 부동산신탁사나 증권사가 보증을 서기도 한다.

부동산PF가 반드시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으로만 이뤄질 이유는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금융회사가 PF대출을 취급할 때 자기자본이 총사업비의 최소 3분의 1 이상이 될 것을 요구한다. 일본, 네덜란드, 호주에서도 자기자본비율은 30~40%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시행사는 전체 자기자본의 33~50% 정도를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는 다른 지분투자자를 유치해서 조달한다. 호주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자기자본비율이 20% 이하인 사업장에 대한 대출이 승인된 경우도 있었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은행들이 25~40% 수준을 대출조건으로 요구했고, 2022년 이후에는 건전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4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KDI는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사업을 추진한다”며, ‘낮은 자기자본’과 ʻ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가 부동산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분석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저자본·고보증 구조는 선분양 등 한국 특유의 제도로 인해 발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구조가 “개발사업의 사업성 평가를 부실화시키기도 한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자본확충을 하지 않아 지분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고, 건설사와 증권사 등이 대출을 보증하기 때문에 금융기관 역시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보증이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오히려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주택저당증권(MBS)에 제공된 지급보증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지급보증을 믿고 MBS에 대규모로 투자했는데, 기초자산이 부실화되자 막대한 손실로 이어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조가 이처럼 취약하다보니, 부동산PF 부실이 발생하면 ‘손실의 사회화’로 연결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사업의 주체인 시행사는 부실 발생시 이미 망하고 없어져 손실을 부담할 수 없다. 결국 대출은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가 갚게 되는데, 태영건설과 같이 규모가 큰 건설사도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지어 건설사가 대출 상환에 실패하면 금융사의 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불안으로 확산된다.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PF대출을 보증하고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공적자금까지 사용하게 된다.

보고서는 “PF 문제의 원인이 명확한 만큼 중장기 개선방향도 명확하다”면서,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의 보증은 폐지하는” 방향을 내놨다. 원칙적으로 자본구조는 기업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사업성평가 미흡, 묻지마 투자 초래, 시스템리스크 확대 등 부정적 외부효과가 존재하므로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규제방향으로는 크게 두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직접규제로는 “시행사가 PF대출을 받을때 일정 수준의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간접규제로는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대출을 공급할 때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사업주체가 총사업가치 대비 최소 15%의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에 대한 대출을 고위험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분류하고, 은행이 일반 기업대출에 비해 대손충당금(또는 은행자본)을 1.5배 더 쌓도록 규제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제3자의 보증을 제한하는 규제도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규제 없이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정책만 도입된다면 결국 자본확충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규제가 없을 경우 여러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시행사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지분투자자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PF 재무구조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할 경우 주택공급이 현재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 같은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개발이익은 소규모 시행사가 독점하고 모든 위험은 사회화시키는 구조를 계속 유지해서는 안 될 것”이며,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의존도를 낮출 경우 주택공급 비용이 절감되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부동산PF는 2011년 저축은행 위기부터 최근까지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어 왔으나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