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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도산 전 구조조정 제도…다양화 필요”
ARS·공동관리절차 등 현행 제도 기업 구조조정에 한계
- 기사입력2024-11-14 13: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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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행중인 기업 도산 전 구조조정에 관한 법적 제도로는 다양한 구조조정 수요에 대응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영경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기업 도산 전 구조조정제도의 다양화 필요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기업 도산이 증가추세에 있으며, 티몬·위메프 사태의 영향으로 추가 기업 도산이 현실화되면 올해 법인 파산은 역대 최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업이 도산에 이르기 전 미리 구조조정을 하면 법인 파산을 줄일 수 있으므로, 기업의 사전적 구조조정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법인의 파산 신청건수는 1153건으로 같은 기간 기준 2014년 이후 최대치다. 역대 가장 많은 법인이 파산을 신청했던 지난해 1657건 대비 70% 수준으로 올해 연말이면 역대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로 연명하던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계에 이르러 도산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티몬·위메프 사태로 티몬·위메프는 물론 티몬·위메프의 미정산으로 타격을 입은 판매회사들까지 도산위험이 커졌다. 인터파크쇼핑몰, AK몰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인터파크커머스가 올해 8월 법원에 회생절차개시 및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Program,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를 신청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등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진 계열 기업들의 위험도 표면화됐다.
보고서는 재무상황이 심각한 상태에 이를 때까지 구조조정을 미룬 채 버티다가 더 이상 연명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서야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다고 분석했다.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게되면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렵게 되고 낙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미리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회생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뒤늦게 법원 절차를 신청하기 때문에 회생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사전적 구조조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사전적 구조조정 활용 한계=현재 우리나라 법제상 기업의 사전적 구조조정을 규율하고 있는 것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상의 ARS 제도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 금융채권자들의 공동관리절차가 있다.
ARS 제도는 채무자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법원의 개시결정 전에 채무자가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의를 진행해 구조조정안이 타결되면 회생신청을 취하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원은 채무자의 신청 시 회생절차협의회를 소집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보류하고 자율적 협의절차를 진행할 것을 승인한다. 채무자는 영업을 계속하면서 주요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의를 진행하고, 전원합의로 협의안이 마련되면 회생신청을 취하한다. 만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ARS는 만장일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어렵고, ARS를 활용하려면 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하는데, 신청 즉시 금융권 등에 계약상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해 기업이 이용을 꺼려하는 한계가 있다.
사전적 기업구조조정제도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 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금융채권자들로 구성된 채권자협의회를 개최해 절차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관리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행사의 유예, 채무조정, 신규자금 공여 등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을 결정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절차는 금융채권자들에 대해 적용되고 상거래채권자 등 그 밖의 채권자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아 금융채권만 채무재조정이 이뤄지고, 금융채권자들로 구성된 협의회의 다수결에 의한 결의로 기업개선계획이 수립된다. 이에따라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채권자들과의 형평성 시비, 반대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 등 위헌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이 다수의 상거래채권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채무조정이 기업회생에 중요한 경우에는 효용성이 낮다는 한계도 있다.
◇도산 전 구조조정 제도 입법=주요국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전적 기업구조조정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파산법 Chapter 11 절차에서 Pre-pack 제도를 통해 법원 밖에서 협상한 기 업구조조정계획을 회생절차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모든 채권자가 분배금을 비롯한 세부적인 회생계획에 대해 통지를 받은 후 이 계획에 대한 동의 여부를 투표한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사전적 기업구조조정제도가 발달해, 정리계획 절차(Scheme of Arrangement) 및 자발적 회사채무조정 절차(Company Voluntary Agreement)와 최근 도입된 구조조정계획 절차(restructuring plan)가 이용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사전적 기업구조조정제도를 도입하는 입법이 활발해 주목을 끄는데, 이는 EU의 2019년 예방적 구조조정제도, 면책, 자격상실 및 구조조정, 도산, 면책 절차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에 관한 지침(EU 지침)에 따른 것이다.
회원국들은 EU지침을 수용해 2020년 이후 속속 입법을 하고 있다. 독일의 StaRUG 절차, 네덜란드의 WHOA 절차가 대표적이고, 프랑스는 기존의 보전절차 내에 신속보전절차를 마련했다. 영국은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위 지침을 일부 수용해 2020년에 구조조정계획(restructuring plan) 절차를 도입했다. 이들 절차는 기업이 도산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기업의 주도하에 채권자와 협상해 구조조정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 주주·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다수에 의한 결의를 받도록 하며, 가결된 계획을 법원이 인가해 절차에 참여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기업구조조정제도 고민 필요=보고서는 우리나라도 현재 증가하는 기업도산 상황과 사전적 구조조정제도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새로운 기업구조조정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우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절차는 주채권은행 등 금융채권자들의 주도로 절차가 진행돼, 이로 인한 기업의 협상력 약화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 마련시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상채권자 범위를 결정하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등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채권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구조조정계획의 수립, 채무조정 등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전원 합의에 의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고려해 다수결에 따르도록 하는 경우, 채권행사의 유예 및 채무조정이나 신규자금 공여 등 당사자의 권리가 제한되는 사항에 관해 법원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하면서도 절차적 적법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적인 제3자로 하여금 구조조정 절차를 주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비용에 민감한 중소기업이나 구조조정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기업의 경우, 법원의 관여없이 당사자들 사이에 자율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랄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하면서 외부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제3자를 선입해 절차를 주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보고서는 실제 해외에서는 기업의 사전적 구조조정 절차에서 도산전문가 등 제3자가 절차를 주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 도산전문가 등 중립적인 제3자가 기업의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도산전문가 등의 양성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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