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장악한 온라인 플랫폼 부작용 막을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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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일상 장악한 온라인 플랫폼 부작용 막을 방안은 공정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법제도 마련은 불가피

기사입력2024-12-12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생활필수품부터, 음식배달, 여행, 숙박, 부동산, 법률서비스, 교통시스템 등…, 현재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생활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플랫폼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러한 편리함의 크기 만큼 과점에 따른 부작용 또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배달플랫폼 수수료 기습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경영위기, 쿠팡의 시장교란 행위, 구글·애플 앱 마켓 독점 행위 등 온라인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 확대와 부작용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화두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해지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년에 걸쳐 제기돼 왔으나, 플랫폼 업계 등은 이커머스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불공정한 관계=올해 초까지만해도 온플법 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돌연 플랫폼 규제 원칙을 자율규제 중심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사이 터져나온 티메프 사태는 수백만의 피해자와 천문학적인 피해금액을 낳으며, 플랫폼과 입점사업자 간의 불공정한 관계가 만연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배달앱의 불공정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배달플랫폼과 외식업 중심의 입점업체 단체의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10번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등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대등한 지위가 전제되지 않은 현실에서 자율규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한 거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지난 10월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쿠팡의 시장 질서교란 행위가 자율규제라는 명목 아래 방치되면서 플랫폼 시장에서 불공정행위가 만연해지고 소비자, 특히 자영업자의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한 시장질서 형성을 위해 ‘온플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특히 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단체구성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EU 모델’을 통해 갑과 을의 ‘윈윈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2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온플법 제정을 촉구하는 온라인 플랫폼 제정 촉구 100일 긴급공동행동 기자회견(사진 위). 아래 사진은 지난 9월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참여연대, (사)벤처기업협회>

◇플랫폼 규제 법안 마련한 유럽연합=유럽연합과 주요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안을 제정하고 시행하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3월7일 본격 시행된 EU ‘Digital Market Act’(DMA, 디지털시장법)는 시장지배력이 큰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알려진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들은 서비스 운용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마켓 등에서 활용하는 행위나 자사 서비스 우대 조치 등을 할 수 없다. 현재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알파벳(구글 모회사),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DMA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 높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영국은 ‘Digital Markets, Competition, and Consumers Act’(DMCCA,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을 제정하고 올해 말 시행할 예정이다. DMCCA는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독일은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독점 플랫폼 사전규제 입법을 했다. 일본도 독점 플랫폼에 대해서 알고리즘 등 공시의무, 감독의무 등을 부과하는 특별법을 제정했으며, 호주도 행정입법을 통해 같은 취지의 독점규제에 나서고 있다.

◇국내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속도=공정위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재발을 원천 방지하고, 온라인 중개거래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을 지난 10월18일 발표했다. 법 적용 대상자는 국내 중개거래수익(매출액)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규모(판매금액)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다. 소비자 구매 확정 후 20일 이내 판매대금을 입점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고,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안이 담겼다.

그러나 사전지정제 대신 사후추정제를 도입해 법 적용 대상기업에 티몬·위메프와 같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업체는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고, 판매대금 정산기일도 업계 평균보다 길게 책정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김남근·오세희 의원 등이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등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을 통한 불공정행위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을 대표발의했다.

©중기이코노미

◇온라인 플랫폼 바라보는 업계 우려=벤처기업협회는 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향에 대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를 한정해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중소이커머스 기업 역시 강화된 규제의 잠재적인 대상으로, 관련 규제는 기업 성장의 한계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시장에 대한 투자 자체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업계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10~20일 이내의 과도한 정산주기 도입으로 관련 산업 전체의 줄폐업이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판매대금의 50% 별도관리 의무화는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해 자금경색 및 유동성 악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원소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 9월26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거나 위축된다면 그 결과는 이후 규제를 다시 개선한다고 해도 시장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국민대학교 플랫폼SME연구센터가 10월 개최한 포럼에서, 한국적 상황에 맞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규제 모델은 국내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는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중인 자율규제 정책이 기대한 만큼의 자정 작용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간의 대등한 거래조건을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법제도의 마련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플랫폼 생태계의 혁신성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우리나라 현실에 부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규제 모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