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0원대 고환율…내년초 물가상승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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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1430원대 고환율…내년초 물가상승 우려된다 대외신인도 회복에 물가·민생이 달려있다

기사입력2024-12-1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환율 예상치의 상단을 1420원까지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1400원 자체도 당초 예상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밤 계엄선포 이후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했다. 이후 일시적으로 1410원대로 낮아졌지만, 최근 수일간 1420~1430원대를 오가고 있다. 당초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은 환율에, 당장 물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11월 당시의 1400원대 환율은 이미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들어 수입물가는 한달전보다 1.1% 상승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두바이 유가는 10월 평균 74.94달러에서 11월 72.61달러로 낮아졌다. 심지어 수입물가를 계약통화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낮아졌는데, 원화를 기준으로 보면 높아져 환율 상승의 영향을 더욱 크게 확인할 수 있다.

수입물가는 원재료, 중간재, 자본재와 소비재 등 모든 수입품의 물가를 합산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즉시 체감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입물가가 계속해서 높아질 경우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환율이 밥상물가나 식품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는,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식품업계가 가격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향후 고환율 유지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식품업계는 환율 급등 전에 최대 6개월치의 주요 원자재를 비축해 놓은 상태로 당분간 주요 가공식품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이상기후,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코코아, 커피, 팜유 등 가격이 급상승한 원료로 만든 제품 가격이 인상되었음에도 가공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설명처럼 식품업계가 환율 급등 이전에 비축해놓은 원자재를 활용하며 가격인상을 늦추면 좋겠지만, 마냥 상황을 낙관할 일은 아니다. 매년 연초는 식품은 물론 모든 가격의 인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연중에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미뤄뒀다고 새해에 맞춰 인상을 단행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올해 중 발생한 가격 인상 요인을 내년에 반영하려 계획 중인 기업이 있다면, 최근 환율상황은 가격의 움직임을 더 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당장 11월 환율이 수입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쳤으니, 일정 시간을 두고 소비자물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눈앞에 있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개최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는, 최근 환율이 상승했으나 파급시차 등을 고려할 때 환율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며 12월 이후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여기에 12월들어 파격적인 1430원대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내년초 물가에 미칠 영향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가계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가 얼어붙는 악순환은 이미 2022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일이다.

이제는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과 가계가 활력을 찾아야 할 시기에 고환율이 또다시 고물가 등으로 연결된다면 경제회복의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물가 대응이, 장기적으로는 환율관리와 대외신인도 회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의 불확실성이 내일 경제와 민생의 발목을 잡는다는 자명한 사실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