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만성적인 ‘저PBR 현상’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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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국내 증시 만성적인 ‘저PBR 현상’ 벗어나려면 주주환원 확대해 기업가치 높이고 체질 개선해 경쟁력 강화를

기사입력2025-02-17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나라 증시의 주식순자산비율(PBR)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만성적으로 낮기에, 대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상장기업 저평가에 관한 고찰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 대비 한국의 만성적인 저PBR 현상은 낮은 본질가치가 투영된 결과이며, 밸류업을 위해서는 저하된 본질가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 평균 PBR 10년 넘게 1.62=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시장가치 비율을 의미하는데, 한국 증시의 PBR은 1.62다. 미국 3.36, 영국 2.86, 독일 2.64, 대만 2.01에 비해 상당히 낮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기업의 평균 PBR이 1.62에 머물러 있는데, 이러한 저평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평가로 한국 기업이 해외 주요국 증시에 상장되더라도 현재보다 더 높은 PBR을 부여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PBR만으로는 우리나라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단일지표로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주요국 대비 PBR이 가장 낮은 건 사실인데, 이와 동시에 수익성 역시 가장 저조한 상황이고, 건전성 확보에 치중한 레버리지 활용도와 낮은 배당성향으로 자본의 재배치 측면에서도 비효율성을 보이고 있어, 기업가치가 저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주식식장의 만성적인 저PBR 현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는 낮은 본질가치가 투영된 결과이지 해외 주요국 대비 체계적인 저평가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우리 증시의 디스카운트 여부를 판단하는데 PBR 만이 유효한 기준이 아닐 수 있으며, 보유자산의 공정가치, 미래현금흐름의 창출 역량, 주주환원 정책의 적정성 등 세가지 축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구조적인 저평가…개선책 보완 필요=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value-up)’ 정책으로 변화를 모색하면서, 우리 증시에도 반향이 일었다. 한·일 양국은 오랜 기간 낮은 PBR을 경험하면서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고, 저출생·고령화의 인구구조라는 난제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도 지난해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상장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기업이 투하한 자본의 수익률과 주주환원 성과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에 부합하도록 기업의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공시를 통해 그 이행 결과를 소통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해외 주요국 상장기업 대비 낮은 PBR 수준을 근거로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를 지적하고 있지만, 회계상 장부가치는 기업의 본질가치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며, 구조적인 저평가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위험 채권수익률보다 낮은 주식수익률=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상장기업은 장기적으로 주가의 제고를 통해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을 실현해야 하지만, 우리 시장에는 오랜 기간 무위험 채권의 수익률조차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절반을 넘어선다. 보고서는 상당수 기업이 장기간 무위험 채권수익률보다 저조한 주식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점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인 분석과 개선 계획의 공시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대규모 기업일수록 저조한 주가수익률을 보전할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30%에 해당하는 대규모 기업의 75%는 과거 10년간 달성한 자기자본이익률(ROE) 성과가 주식수익률보다 높았다. 현저히 낮은 주가수익률을 일정 부분 보전할 정도의 이윤은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현금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의 매입·소각을 통해서 저조한 주가수익률을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주주의 총수익률을 높임과 동시에 주가지수의 유의미한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제적 접근 효과…M&A 압력 강화 필요=장기적으로는 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자본의 효율적인 활용과 재배치를 통해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사업의 수명주기와 재투자의 효과성을 고려해 주주의 총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간 해소되지 않는 극심한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적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주주권리 보장과 효율적 자원배분 측면에서 인수합병(M&A) 압력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합병 대가, 공개매수 가격 등이 공정하게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주주행동주의를 활성화해 건설적이고 응집력있는 관여를 통해 경영진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