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생 망친 4개월의 불확실성 이제야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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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경제·민생 망친 4개월의 불확실성 이제야 해소 투자·소비 심리 살아나고, 기업·가계에 따뜻한 바람 불어오길

기사입력2025-04-05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12월 3일 늦은밤, 1410원대를 오가던 원달러 환율이 야간거래 도중 한때 1440원을 돌파하며 치솟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돌연 선포한 비상계엄이 경제에 미친 첫 번째 여파는 환율이었다.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터진 사태이기에 영향은 더욱 컸다. 9월 한때 1330원 아래로 내려갔던 환율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11월말에는 1394.7원을 기록했다. 12월에는 1400원을 넘어서서 1410원대를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계엄선포로 하룻밤 새 30원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그날 밤 비상계엄이 해제되면서 다시 주춤했던 환율은 이후 대외환경과 국내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증대되면서 크게 상승해, 12월 말에는 1472.5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연일 갱신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이 이탈을 계속하는 가운데, 채권 마저 순유출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원인이 하나뿐이지는 않지만, 유독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일부터 올해 1월 13일 사이 주요 13개국의 통화가치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가치는 5.2% 떨어져 남아공(5.4%↓)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고, 환율과 같은 대표지표에서 가장 안 좋은 점이 변동성의 확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분기 하루 평균 4.6원 변동했는데, 4분기에는 변동폭이 5원으로 증가했다. 11월만해도 4.7원이었던 변동폭이 12월에는 5.3원까지 늘어났다. 12월 들어 유례없이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사실을 환율 변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외환경만 악화된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7월(103.7)에서 11월(100.7)까지 5개월 연속으로 100을 웃돌았으나, 12월 들어 88.2까지 급락했다. 다음달인 1월에는 91.2로 소폭 상승했으나, 비상계엄 선포 이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은 상태였다.

불확실성 증대에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어서는 경기가 부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지난 3월 발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365.14를 기록했다. 미국 대선에 이어 계엄정국까지 겹치면서 60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p 증가하면, 6개월 뒤 국내 설비투자가 8.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60개월 내 최대로 상승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기업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설비투자가 지난해 12월 보다 14.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부터 투자, 소비심리까지 전방위적으로 뒤흔든 불확실성 해소에 꼬박 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탄핵심판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마무리됐으니 지체없이 대통령 선거를 시행하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 조속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등 대외환경 대처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를 얼어붙게 만드는 반면, 민주적이고 투명한 정치가 경제와 민생을 살린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 동안 시장의 흐름으로 명백하게 증명됐다. 여전히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투자와 소비 심리도 살아나고 기업과 가계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