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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 서슬 어디가고…불쌍하다 공정위
1천배 ‘뻥튀기’ 자료, 확인도 없이 부랴부랴…그렇게 급했나?
- 기사입력2014-10-27 08:05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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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경제검찰’ 역할에 대한 의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공정위가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지만,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노대래 위원장은 지난 여름 국내 8대 건설사 사람들을 모아 놓고 “제재받은 기업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세간을 놀래키기도 했다. 불공정거래 당사자를 적발하고 벌주는 ‘검찰’이 아니라 선처를 요청하는 ‘변호인’의 역할을 자임했으니 코미디라면 고급스런 코미디다. 정권의 ‘규제개혁’ 시그널을 너무 충실히 읽은 것인지 로펌을 등에 업은 대기업과의 법리논쟁에 앞서 기가 죽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되, ‘경제검찰 역할 포기’라는 원성, 혹은 비아냥은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24일 공정위가 내놓은 해명자료는 최근 공정위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날의 해프닝은 24일 아침 서울신문이 낸 ‘경제 검찰 포기한 공정위’ 제하의 보도에서 시작된다. 이 기사는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과 무뎌진 칼끝을 비판하며, 공정위의 2010년 이후 제기된 행소 패소율이 27%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9월 과장광고를 한 9개 운동화 브랜드 업체에 공정위가 매긴 10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미국 경쟁당국이 동의의결로 684억원과 비교한 부분이 컸다. 인하대 로스쿨 손영화 교수의 “(공정위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친기업 정책을 펴면서 대기업 규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며, (이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격차, 경제력 집중도가 더 커진 이유”라는 발언도 실었다.
공정위는 같은 날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냈다. 예를 들면 “행소의 전부 패소율은 27%가 아닌 10.5%이며 일부패소는 일부승소이므로 패소율에 포함시키면 안된다”는 식으로 서울신문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근거 하나하나가 좀 군색해 보이기는 했지만, “경제검찰 포기”는 어불설성이라는 강변은 잊지 않았다.
이 자료가 결정적 근거로 제시한 것은 운동화 업체에 대한 한미 경쟁당국의 제재수위다. 서울신문 기사가 제시한 10.7억원대 684억원의 수치는 시장규모를 비교하지 않은 단순한 비교라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 미국 기능성운동화 시장규모는 약 1조달러로 2011년 우리 시장규모 약 7000억원보다 1500배나 크다. 따라서 미국 경쟁당국이 우리보다 64배가량 무거운 제재를 내린 것이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절대 무거운 제재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심었다. 시장규모 1조달러라니…어림잡아도 105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3억 미국인구가 1년에 300만원 이상씩을 기능성운동화를 사는 데 썼다는 의미다. 자료의 출처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기자가 아니라 해명자료를 결재하는 라인에서도 똑같은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공정위에 확인을 받기로 했다. 해명자료를 만든 경쟁정책과 담당자는 “미국시장 관련 내용은 (이분야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받은 것이라 확인이 안된다”고 답했다. 그래도 자료의 출처는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관련 부서’ 안내로 전화를 끝냈다. 관련 부서 담당자와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수차례 전화통화를 거쳐 짜증이 일 즈음에야 경쟁정책과 담당자는 “확인해보겠다”는 회신을 줬다. 이 담당자는 그날 저녁 휴대전화로 “자료가 잘못됐으며, 미국시장 규모는 1조달러가 아닌 10억달러였다. 해명자료는 수정을 거쳐 27일 재배포하겠다”고 알려왔다. 결국 10억달러(1조500억원가량)였다. 우리 시장의 1.5배에 불과한 규모다. 따라서 서울신문 기사가 제시한 제재규모 64배를 시장규모 1.5배로 나눠도 얼추 40배 가까운 격차가 벌어진다. 공정위가 이 부분을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해진다. 나머지 반박내용들, 예컨대 행소 패소율에 일부패소를 산입할 것인지, 카르텔조사국장 공석이 공정위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건설사 입찰담합 조치건수가 급증한 것이 경제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다만, ‘상식적인 확인절차’도 거치지 못할 만큼 긴박하게 돌아가는 공정위의 상황에 측은지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